사실 2018년 6월 지방선거는 박근혜 탄핵 순풍을 탄 덕분에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했다. 심지어 민주당이 부산·울산·경남 광역단체장을 동시에 석권했다. 대구·경북은 보수 후보들이 수성했지만, TK 다음으로 보수 성향이 강했던 PK 민심의 극적 변화는 한국 정치사에 기록될 사건이었다. 그 후 부·울·경 세 단체장의 숨겨진 치부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그들에게 소중한 기회를 줬던 유권자들의 실망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먼저 오거돈 전 부산시장. 4·15 총선 일주일 전쯤 집무실에서 여직원을 성추행하고도 총선 이후 일주일이 지나서야 뒤늦게 사실을 공개했다. 단순히 시장직 사퇴로 끝낼 일이 아니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 정도 사건이라면 경찰이나 검찰 또는 국가정보원 부산지부 등이 동향을 포착했을 법하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첩보가 들어갔을 수도 있다. 오 전 시장과 함께 부산시에 입성했던 10여명의 정무라인 중에는 청와대 출신이 여럿 있어 야당은 의혹의 눈으로 본다.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만에 하나 선거 유불리를 따지면서 권력이 조직적으로 개입을 시도했다면 또 다른 중대 범죄다.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의 오거돈 성추행 사건 인지 여부는 검·경 수사든 국정조사를 통해서든 반드시 밝혀야 할 대목이다.
공교롭게도 여당 측 성범죄 악재는 선거가 끝나자 동시다발로 터졌다. 총선 하루 전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비서실 직원이 코로나19 와중인데도 시청 직원들과 단체 회식을 했고, 그날 밤 여직원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지만 지난 23일에야 뒤늦게 공개됐다. 서울시는 이 직원을 인사이동조치만 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대기 발령해 은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 4월 치러지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이 지역에서 고교를 졸업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이름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딸의 입시 비리 등 10여개 불법 혐의로 재판을 받는 조 전 장관을 시장 후보로 거론하는 것은 340만 부산 시민에 대한 모독이 될 수 있다.
성추행·선거법 위반 혐의 충격적
기회 준 지역 유권자를 배신한 셈
법과 민심의 준엄한 심판 받을듯
관련 혐의로 이미 13명이 기소됐지만,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에 대한 기소 여부는 총선 이후로 미뤄졌다. 이 와중에 민주당은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황운하 전 청장에게 공천장을 내줘 후안무치(厚顔無恥)라는 비판을 받았다. 재판과 선거는 다르니 국회의원 당선증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총선이 끝났으니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체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야 한다.
끝으로 김경수 경남지사.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그는 2017년 대선을 전후해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댓글 조작 의혹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거의 드러났기 때문에 선고를 계속 미룰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재판부는 오해와 억측이 없도록 정치 논리가 아닌 법과 양심에 따라 결론을 신속히 내야 한다.
상처받고 충격받은 부·울·경 지역의 800만 국민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치꾼들에게 속았다고 자책할까. 아니면 응징을 벼르고 있을까. 부·울·경 유권자들의 다음 선택을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