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돌담길 따라 정릉동천이 흘렀다

중앙일보

입력 2020.04.25 00:20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비행산수-서울 물길 ③ 시청, 중구 서부 일대

비행산수

서울시청 앞에는 두 개의 물길이 있었다. 하나는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내려오는 정릉동천이다. 이는 숭례문 쪽에서 내려오는 물길과 대한문 앞에서 만나 서울광장을 건넌다. 다른 하나는 남산 힐튼호텔 부근에서 시작하는 창동천이다. 이는 남대문시장~북창동~플라자호텔~프레지던트 호텔을 지나 을지로 1가 부림빌딩 앞에서 정릉동천과 만난다.  
 
세월은 길을 새로 내고 물의 흐름을 바꾼다. 강북에서 가장 넓은 길인 세종대로는 조선 시대에는 없었다. 일본강점기에 서울의 얼개를 재편하며 생겼다. 이 길이 나기 전에 숭례문에서 경복궁으로 가려면 한국은행~롯데백화점~광통교~보신각에서 좌회전~종로1가~교보생명에서 우회전을 해야 했다. 이 길의 일부가 남산에서 흘러내린 회현동천과 겹친다. 당시 광통교는 도성 안에서 가장 큰 다리였다. 숭의초등학교 뒤에서 출발한 남산동천은 퇴계로를 건너고 명동을 지나 외환은행 본점 앞에서 정릉동천과 만난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림에서는 서울광장의 잔디를 걷어내고 호수로 만들었다. 해체와 재편의 시기인 21세기, 환경과 생태는 구호에서 생활로 들어왔다. 골목 따라 물이 흐르고 차량과 만나지 않고 어디든 걸을 수 있는 서울, 꿈이 아니다.  
 
그림의 소실점은 정릉동천과 청계천이 만나는 지점이다. 물길을 드러내려 주변 건물 높낮이를 조정했다. 


그림·글=안충기 아트전문기자 newnew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