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성장, 한국 고용률 60% 붕괴…R의 공포 현실화

중앙일보

입력 2020.04.18 00:21

수정 2020.04.1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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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최악 치닫는 경제

코로나19로 휴업·휴직자가 크게 늘었다. 17일 서울 중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가 실업급여 신청자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충격으로 28년 만에 역성장했다.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6.8%로 전분기의 6.0% 대비 12%포인트 넘게 급감했다. 중국의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992년 관련 통계 발표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에는 분기별로 각각 6.4%, 6.2%, 6.0%, 6.0%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 급락은 예견됐다. 중국 정부는 1월 23일 코로나19 사태의 진원지이자 인구 1100만 명의 대도시인 우한을 전격 봉쇄하는 등 전국적인 규모의 ‘셧다운’에 들어갔다. 1분기 중국 소매판매는 지난해 1분기 대비 19.0% 감소했다. 1분기 산업생산은 지난해 1분기 대비 8.4% 줄었다. 1분기 고정자산 투자는 8조4145억 위안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16.1% 감소했다. 1분기 전체 소비·생산·투자 지표는 1~2월보다는 다소 나아진 것이다. 지난 달 발표된 1~2월 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5%, 산업생산은 13.5%, 고정자산 투자는 24.5% 감소했다.

중, 28년 만에 분기 마이너스 성장
통화·재정 등 고강도 부양책 추진

의존도 높은 한국 내수·수출 꽁꽁
3월 취업자수 10년 만에 최대 감소

정부는 고용 유지 지원금 주고
노사는 임금 조정 타협 나서야

급속한 성장 둔화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공산당 지도부에 심각한 도전이다. 2010년 마지막으로 두 자릿수(10.6%)를 기록한 후 중국의 성장률은 계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해에는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6.1%를 기록했다. 애초 중국은 올해 지난해와 비슷한 6%가량의 성장률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코로나19 충격에 상황이 급변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다만 중국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한 것으로 평가되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통화·재정 정책을 아우르는 강도 높은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당국은 1분기까지는 미국과 유럽처럼 즉각적인 전방위 부양책을 집행하기보다는 도산 위기에 몰린 중소·민영기업과 실업자 등 취약 대상에 초점을 맞춘 지원 정책을 추진한 것으로 평가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본 것과 같은 즉각적인 대응 정책과 달리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방역에 초점을 맞춘 채 선별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온건한 수준에서 통화 완화 정책을 폈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의 1분기 성적표가 나오면서 한국 경제에도 ‘R의 공포’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 홍콩을 제외하면 중국과 인적교류가 가장 많은 나라이며, 중국 수출의존도가 25%에 이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GDP가 1% 감소할 경우 각국 GDP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했는데, 24개국 중 한국이 1위( 0.35% 감소)로 나타났다.
 
그런 만큼 한국 경제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4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내수 위축이 지속하는 가운데 고용지표가 크게 둔화하고 수출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등 실물경제 어려움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경제심리가 위축되고 실물경제·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한 3월호와 비교하면 한층 더 비관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3월 소비 관련 속보치를 보면 승용차 판매량이 다소 늘었지만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액이 감소하면서 카드 국내 승인액(-4.3%)이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3월 수출은 조업일수 증가에도 유가 하락에 따른 수출 단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1년 전보다 0.2% 감소했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1년 전보다 96.5% 감소하며 전월(-76.1%)보다 낙폭을 키웠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78.4로, 기준선(100)은 물론 2월(96.9)보다도 떨어지며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보여줬다.
 
특히 고용시장은 코로나19 충격에 와르르 무너졌다. 전체 취업자 수가 10년 만에 감소하고 일시휴직자가 사상 최대로 늘었다. 고용률은 60% 선이 무너졌다.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 소비시장이 주저 앉은 게 고용지표에 그대로 반영됐다. 기업이 고용을 줄이면서 고용 취약계층인 청년층과 임시·일용직 근로자도 큰 타격을 입었다.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달 전체 취업자 수는 2660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보다 19만5000명 감소했다. 취업자 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10년 1월(-1만명) 이후 10년 2개월 만이다. 고용률은 59.5%로 2013년 3월(58.7%) 이후 7년 만에 최저였다.
 
아르바이트·단기 계약직 등의 분야에서 주로 임시직·일용직으로 고용되는 청년층의 타격이 컸다. 15~29세 청년 취업자 수는 22만9000명 감소하며 22만 명이 줄었던 2009년 이후 가장 많이 감소했다. 고용률도 1.9%포인트 감소한 41%로 전 연령대 중 감소폭이 가장 컸다. 30대(-0.1%), 40대(-0.7%), 50대(-1.2%) 등 6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고용률이 감소했다.
 
코로나19발 고용 쇼크는 이제 시작이라는 게 더 큰 문제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지난 16일 발표된 2차 추가경정예산안 중 5000억원을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코로나19에 따른 고용 충격에 대응해 다음 주 초 고용안정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경제 전문가들은 기업이 고용에 적극 나서도록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선 노사 간 타협이 절실하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럽은 한국과 유사하게 현재 고용을 유지하도록 고용유지지원금 등을 기업에 지원하고, 미국은 위기 상황에 따라 해고와 재고용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식으로 대응 중”이라며 “고용을 유지하되 노사 타협으로 임금을 일정 부분 하향 조정하는 등 두 방식을 절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배정원 기자, 세종=허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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