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봉쇄 vs 집단면역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을 미롯한 미국·유럽 각국이 강력한 봉쇄정책을 시행하던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스웨덴의 스테판 뢰벤 총리는 대국민 연설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로 스웨덴의 생명, 건강, 일자리가 위험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50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고 재택근무를 권고하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국경은 여전히 유럽연합(EU)에 열려있고, 각급 학교와 식당·상점 등은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일자리 보호도 방역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뢰벤 총리는 “쇼핑을 하는 것도, 지역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것도 모두 이웃을 돕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단기적으로 퇴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사회경제 시스템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낫다는 판단이다.
국경 열고 학교·상점 등 정상 운영
백신 없어 사망자 늘자 “통제 검토”
“한국서 집단면역 땐 30만명 사망”
거리 두기와 봉쇄 전략이 최선책
집단면역(herd immunity)은 집단 구성원의 많은 부분이 면역을 갖게 되면 전염병이 더는 퍼지기 어렵게 된다는 이론이다. 감염자 한 명이 두 명에게 전염시키는 병이 있다고 하자. 바이러스에 접촉한 두 명 중 한 명 이상이 면역력을 갖추고 있다면 신규 감염자 수는 점점 줄어들게 된다. 집단면역의 기준은 감염자 한 명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기초감염 재생산지수(R0)에 따라 다르다. 최고 2.5로 평가됐던 코로나19는 인구의 60%가 면역력을 갖추면 확산이 멈출 것으로 예상됐다. 공기로 감염돼 R0가 15에 달하는 홍역의 경우 전체의 95% 이상이 면역을 얻어야 집단면역이 가능하다. 면역을 얻으려면 직접 병을 앓고 회복되거나 예방접종으로 백신을 주사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코로나19처럼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질병은 결국 직접 앓는 방법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집단면역을 이루기 위해서는 두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첫째, 감염시 치사율이 높은 위험군을 일반인과 확실히 분리해야 한다. 둘째, 일반인 감염자 가운데 증세가 심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충분한 의료시설을 확보해야 한다. 백신이 없다면 현실에서 달성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5%인 750만명에 달하는데 80대 이상의 치사율은 20% 이상”이라며 “고령자와 젊은 사람 간 접촉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기 때문에 고령자와 만성질환자에게서 피해가 속출하게 된다”고 말했다. 의료시설 확보도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3개(2017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4.7개)의 3배에 달한다. 그런데도 지난 2월 말 신천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환자가 급증하자 병상을 확보하지 못해 발을 굴러야 했다.
백신 없이 집단면역을 달성하려면 대규모 피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전병율 차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평균 치명률이 1% 대인 우리나라에서도 60%가 면역을 갖출때까지 고령자와 기저질환자 중심으로 30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온다는 얘기인데 이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며 “사실상 집단면역 실험은 실패한 셈”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인 사회적 거리두기와 감염원 추적을 통해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환자 발생을 최소화하는 우리나라의 정책이 현재로써는 최선이라는 얘기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스웨덴처럼 일상생활을 하면서 증상이 있는 사람만 치료하는 정책은 감염원과 경로를 찾기 어려울때나 어쩔수 없이 취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감염원이 확실하고 접촉자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에 계속 봉쇄·억제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김여진 인턴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