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국민 재테크 상품’이라 불리는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무더기 손실 위험에 처했다.
‘국민 재테크’ 상품 원금손실 공포
유로스톡스50, S&P500, 코스피 등
손실구간 진입, 반등도 불확실
원금손실 188건 공지한 증권사도
마진콜까지 빗발쳐 자금난 우려
증시가 안정적이거나 상승기 땐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요즘처럼 증시가 급락할 땐 ‘폭탄’이 된다. ELS는 통상 기초자산이 기준가 대비 35~40% 초과 하락하면 손실 가능(녹인) 구간에 진입한다. 최근 코로나19 공포로 글로벌 증시가 고점 대비 30~40% 급락하면서 ELS 상당수가 손실 위험에 놓이게 된 것이다. 실제 S증권사에서는 지난 11일부터 20일까지 총 188건의 ELS에 대해 원금손실 안내(만기 배리어 하회) 공지를 하기도 했다.
또 최근 발행한 ELS는 손실 구간에 진입하는 지수 하락률이 예전보다 작아졌다. 2016년만 해도 손실 구간에 들어가는 지수하락률은 -40~-50%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35~-40%가 보통이다. 더 큰 문제는 폭락한 주요 지수들의 향후 반등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김고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유로스톡스50의 경우 현재 2500선에서 2000선까지 지수가 밀릴 경우 고객 원금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 유가마저 급락하면서 원유에 투자하는 DLS도 같은 이유로 손실 구간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고 바로 투자금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6개월마다 찾아오는 ‘조기 상환’ 시점이나 2~3년 뒤로 약정한 만기 시점에 다시 약속한 지수 수준을 넘어서면 원금과 이자를 챙길 수 있다. 그러나 조기 상환을 기대했던 투자자는 의도와 달리 자금이 묶일 수 있고,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투자자는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증권사들도 조마조마해 하고 있다. ELS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해외지수가 폭락하자 증권사가 자체 헤지(위험 회피)를 위해 매수한 파생상품에서 증거금을 더 내라는 요구(마진콜)가 빗발쳐서다. 당장 돈이 없는데, 일부 증권사는 1조원 넘게 필요한 상황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 수준이 유지될 경우 8월까지 조기상환이 어렵게 되고, 헤지 비용 증가에 따른 2~3분기 ELS 관련 운용손실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