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최근에 너무 많은 일을 겪어 마스크가 들어오는 시간만 되면 심장이 쿵쿵대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지쳐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A씨는 관할 보건소에서 “오는 월요일 약국을 방문해 감사를 하겠다”는 연락까지 받았다. 약국이 마스크를 빼돌린 것 같다는 신고가 들어가서다.
약국 “마스크 파느라 조제 못 한다”
100장을 2~5장씩 나눠 판매하면 됐지만, 중복 구매를 막기 위한 행정 업무가 더해지면서 업무 부담은 대폭 늘었다.
만약 각 약국에 할당된 마스크 250장을 팔려면 최소 125명의 주민등록번호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이트에 일일이 직접 입력해야 한다. 약사들은 마스크를 팔기 위해 ▶대기 번호표를 만들어 배포하고 ▶대기자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고 ▶마스크가 도착했다고 전화 ▶중복 구매 확인까지 해야 한다. 질서 유지 등 각종 잡무까지 고려하면 만만한 업무량이 아니다. 6일 공인인증서로 로그인을 해야 하는 심평원 사이트에 한꺼번에 이용자가 몰리면서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온다.
공적 마스크 판매 포기 약국 나올 것
약사 단체톡방에선 비상시국인 만큼 정책 취지는 이해하지만, 보완책과 지원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한다. 최소한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할 수 있을 정도의 지원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공적 판매 마스크 판매를 거부하는 약국이 속출한 지방 모 약사회에서는 명단을 취합 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대한약사회 측은 이에 대해 “인프라가 없어 공인인증서 사용이 어렵거나 건강상의 이유로 공적 마스크 판매를 할 수 없는 약국을 조사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다음 주(9일)부터 출생 연도별 마스크 판매 5부제를 실시해 마스크를 찾는 사람이 분산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바뀐 정책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소비자가 계속 나올 전망이라 당분간 혼란은 불가피하다. A씨는 “보건 마스크 제조 업체나 우체국에는 군 병력 등 인력이라도 지원해주고 자원 봉사자도 있지만, 약국엔 그마저 없다”며 “이런 어려움 때문에 대한약사회로 항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