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해야지 어쩌겠어요" 되레 격리 환자들이 날 위로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0.03.04 05:00

수정 2020.03.04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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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칠곡 경북대병원 간호사 3-네 번째 근무를 마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 퍼지면서 지역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여기에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의료진들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모두가 두려워할 때 손들고 나선 이들 중에는 만 4년차인 박지원(27) 간호사도 있다. 그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현장을 직접 뛰며 배워보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내비쳤다. 박 간호사의 눈으로 본 코로나19 현장의 모습을 연재한다.
네 번째 근무 날
 
다른 병동에서 일하던 선생님이 근무 중 방역복이 조금 찢어졌다고 한다. 다급하게 건물 밖으로 나가 방역복을 벗고 샤워를 한 다음 새로운 방역복을 입고 병동에 들어오셨다고 들었다. 많이 찢어지지는 않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감염 관리실에 연락했고 다행히 샤워 후 업무 복귀가 가능했다고 한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다들 놀랐던 것 같다.

지난 2일 대구 중구 동산동에 위치한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는 간호사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복을 입을 때는 전동식 호흡장치(PAPR) 후드와 덴탈마스크를 착용하거나, 보안경과 N95 마스크를 착용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PAPR을 입으면 얼굴에 땀이 덜 차서 시야 확보가 잘 돼 움직이기 편하고, 고글이나 N95 마스크보다 얼굴이 덜 눌려서 좋다. 하지만 PAPR 기계가 가격이 비싸고 의료진 수만큼은 다 없어서 중환자실 우선으로 사용하고 남는 경우 병동 간호사들이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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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은 밖으로 나갈 수도, 창문이나 병실 문을 마음대로 열 수 없어서 하루 두 번 환기를 위해 창문 여는 시간을 참 좋아하셨다. 또 간식이 남아서 원하는 환자들에게 나눠주었는데 엄청 고마워하셔서 괜히 민망했다. 병실에서 꼼짝없이 계셔야 하니까 안 지겹냐고 물어보니 “그래도 적응해야지 어쩌겠어요”라고 하시며 웃으셨다. 빨리 퇴원하셔서 따뜻한 봄을 보내셨으면 좋겠다.

[코로나 전사의 일기]

정리=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