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017 등 ‘01X’ 휴대전화 번호를 지키려는 가입자의 불편이 올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가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010으로의 번호 변경을 각오하고 스마트폰을 사거나, “01X로도 3G 이상 스마트폰을 쓸 수 있게 해 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정부 행보는 오리무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2월 세칙 개정으로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01X 이용자들이 각 대리점에서 번호 변경 없이도 스마트폰의 3G 이상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후로는 010으로 자동 전환되며, 가입자도 이에 동의해야 해서 01X 번호를 평생 지키려는 입장에선 별 의미가 없다. 같은 달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은 연내 011·017 번호의 2G 서비스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이어 11월 과기정통부에 승인 신청서를 냈고 “앞으로의 이용자 보호, 남은 가입자 수 등을 고려해 심사하겠다”는 답변이 나왔다. 이 무렵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이 “2G 서비스의 빠른 종료를 검토할 것”이라고도 했다.
SKT, 작년 11월 종료 승인 신청
부품 수급 애로, 유지비 많이 들어
과기부 “현장 실사 진행하고 있다”
수십만 가입자 반발에 결정 고심
010통합반대운동본부, 헌소 진행
일각 “기존 번호 허용, 형평 어긋나”
지난해 말 기준 SK텔레콤의 2G 가입자 수는 약 44만 명이다. 이 회사가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던 지난해 초(약 86만 명)의 절반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적잖다. 전체 가입자 대비로는 1.5% 수준이다. 역시 수십만에 달하는 LG유플러스 2G 가입자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회사는 2G 서비스 종료 계획을 아직 밝히지 않았다. 이와 달리 KT는 2012년 이미 단계적으로 종료했다. 당시 KT는 전체 대비 2G 가입자 비율이 1% 이하로 떨어진 상황에서 정부 승인을 받았다. SK텔레콤은 25년가량 운용한 2G 인프라 유지에 한계가 있어 가입자 편익을 위해서는 서비스 종료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SK텔레콤의 2G 기지국·중계기 고장 건수는 2017년 1만8538건에서 2018년 2만3141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는 상반기까지 이미 1만5582건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수리해야 통화 품질 등이 보장될 수 있는데 테스트 장비나 핵심 부품 수급에 애로가 많다는 분석이다. 설령 수리하더라도 기본적인 노후화 문제엔 계속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의 한 박사는 “전체 가입자 편익 관점에서도 기업들이 여력을 돌려 5G 등 미래 지향적인 사업에 집중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내년 6월 2G 주파수도 반납해야 해서 과기정통부 승인과 무관하게 2G 가입자를 계속 줄여나갈 계획이다. 다만 승인이 나지 않아 주파수를 다시 할당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이런 가운데 남은 2G 가입자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3만7000여 명이 가입한 010통합반대운동본부는 지난해 12월 성명서에서 “SK텔레콤의 2G 서비스 종료 목표, 과기정통부의 010 번호 통합 정책 추진 이유에 대해선 충분히 이해하지만 소비자 중심이 아닌 강제적 추진 방법이 잘못됐다”며 “우리가 원하는 건 어떤 보상이 아닌, 01X 번호를 이용자가 원해서 그만 쓰기 전까지는 쓰도록 허용해 달라는 것뿐”이라고 전했다. 본부 측은 이를 위한 헌법소원도 재차 진행 중이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