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 SK이노베이션 소송전 [연합뉴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 벌이는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14일(현지시각) 두 회사 간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리면서다. ITC는 LG화학 측이 요청한 조기 패소 판결을 승인하는 ‘예비결정(Initial Determination)’을 내렸다고 이날 밝혔다. 조기 패소 판결은 일종의 예비 판결이다. 다툼의 여지가 많지 않을 경우 소송의 경제성 등을 고려해 사전적으로 내려주는 결정이다. 이번 결정의 구체적인 근거는 추후 공개된다.
LG화학 측은 이날 “SK이노베이션이 ITC 소송 과정에서 악의적이고 광범위한 증거 훼손과 포렌식 명령 위반을 비롯한 법정 모독 행위 등을 저질렀고, ITC가 그에 대해 법적 제재를 내린 것”이라며 “때문에 추가적인 사실 심리나 증거조사를 하지 않고 LG화학의 주장을 인정해 ‘예비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3월 초로 예정된 변론(Hearing) 등의 절차 없이 10월 5일까지 ITC의 최종결정만 남게 됐다.
ITC 홈페이지 조기패소판결 화면 캡쳐.
이대로 ITC 위원회에서 ‘최종결정’을 내리면 LG화학의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ㆍ모듈ㆍ팩 및 관련 부품과 소재해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LG화학의 전기차용 배터리. [사진 LG화학]
한ㆍ미 양국서 6건 소송전
LG화학-SK이노베이션 간 소송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ITC의 조기 패소 판결이 SK이노베이션이 그간 계획해 온 배터리 관련 사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세계 최대의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인 미국에서 ‘발목을 잡힌 채로’ 사업에 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LG화학-SK이노베이션 간 소송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LG화학-SK이노 간 극적 합의 가능할까
물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측이 극적인 합의를 통해 법 절차를 잘 마무리할 수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이번 예비 결정에 따라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경우 SK이노베이션 측은 그에 상응하는 ‘무엇인가’를 내놓아야 한다. 이와 관련 LG화학 측은 “이번 소송의 본질은 30여년 동안 축적한 소중한 지식재산권을 정당한 방법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남아있는 소송 절차에 계속해서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임할 것이며,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측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화를 통한 상황 해결도 가능하단 의미로 해석된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ITC로부터 공식적인 결정문을 받아야 구체적인 결정 이유를 알 수 있겠지만, 우리 주장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결정문을 검토한 후, 향후 법적으로 정해진 이의절차를 진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LG화학과는 선의의 경쟁 관계지만,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조기 패소 판결은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예상하던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 SK이노베이션 주가가 약세일 수 있지만, 배터리 시장이 계속해서 커지는 상황인만큼 중장기적인 영향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