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 이상 땐 치명적…가족력·고령자 정기 CT 검사를

중앙일보

입력 2020.02.1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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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맥(大動脈)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혈관이다. 심장과 직접 연결돼 온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주요 통로다. 대동맥은 혈액을 막힘 없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공급해야 한다.  
 
따라서 상당히 높은 압력(혈압)에 노출돼 있다. 대동맥 질환은 보통 나이가 들면서 대동맥벽의 강도가 줄어 압력을 견디지 못해 발생하는 퇴행성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말판증후근 같이 유전적으로 대동맥벽 강도가 약하면 젊은 나이에 발생하기도 한다.

사망 위험 높은 대동맥 질환
고혈압·당뇨병·흡연자도 고위험군
추운 날씨엔 혈관 수축돼 주의 필요

대동맥류는 특별한 증상 없이 발견
대동맥 파열은 응급실 도착 전 숨져
조기 진단과 추적 관찰하는 게 최선

어느 경우든 혈관질환 위험인자인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금연하는 것이 대동맥 질환의 예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추운 날씨에는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상승하기 때문에 허혈(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져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 증상이 나타날 위험도가 높아져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65세 이상의 고령자나 흡연자, 고혈압, 동맥경화증, 동맥류 혹은 뇌출혈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정기적으로 심·뇌혈관계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통해 대동맥 질환 발생 여부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혈압 조절하고 위험인자 미리 제거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대동맥 질환은 대동맥류와 대동맥박리가 대표적이다. ‘대동맥류(Aortic Aneurysm)’는 대동맥의 직경이 점점 커져 풍선처럼 부푸는 질환이다. 반면 ‘대동맥박리(Aortic Dissection)’는 대동맥 내벽이 혈압·사고 등으로 찢어져 생기는 질환이다. 이 경우 혈류가 대동맥 두께를 갈라 두 갈래로 나뉘어 흐르는 상태가 된다. 이 밖에 대동맥 외벽 안쪽에 출혈이 발생하고 혈액이 고여 있는 ‘대동맥벽 내 혈종(Aortic Intramural Hematoma)’과 대동맥 내벽의 국소 손상으로 궤양을 형성하는 ‘대동맥 관통 궤양(Penetrating Aortic Ulcer)’도 있다.
 
대동맥벽 내 혈종과 대동맥 관통 궤양은 언제든지 위급한 대동맥박리로 악화할 수 있다. 따라서 대동맥박리, 대동맥벽 내 혈종과 대동맥 관통 궤양은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급성 대동맥증후군(Acute Aortic Syndrome)’으로 간주한다. 대동맥 내벽과 외벽이 모두 터지는 ‘대동맥파열(Aortic rupture)’은 대동맥 내 혈액이 바깥으로 나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대동맥류는 간혹 성대조절 신경을 눌러 쉰 목소리 증상으로 검사상 발견되기도 하지만 특별한 증상 없이 우연히 건강검진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동맥파열은 도끼로 찍히는 것처럼 심한 가슴과 등 쪽의 통증을 동반하는데 보통 응급실 도착 전에 사망한다. 응급실에서 확인되는 대동맥 질환은 대동맥박리나 대동맥벽 내 혈종이다. 이 질환으로 응급실에 온 환자는 가슴과 등 쪽이 찢어지는 듯한 증상과 함께 호흡과 맥박이 가빠지면서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진단은 CT 검사나 심장 초음파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대동맥은 상행 대동맥과 하행 대동맥으로 나뉜다. 대동맥류가 우연히 확인됐다면 혈압을 조절하고 위험인자를 제거해야 한다. 주기적으로 CT 검사를 받으면서 크기 증가 여부를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추적관찰 중 직경이 5㎝ 이상인 경우엔 대동맥 파열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대동맥 질환의 위치와 상관없이 반드시 계획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상행 대동맥에 발생한 대동맥박리나 대동맥벽 내 혈종은 하행 대동맥과 달리 대동맥 파열 위험성 매우 높다. 시간당 사망률이 1%에 달하기 때문에 지체 없이 진단과 함께 응급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대동맥 질환은 치료가 지체되면 사망하는 중증 초응급 질환이다. 그만큼 치료 난도가 높다. 따라서 24시간 전문의료진이 대기하는 병원을 미리 확인하는 편이 좋다.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 대동맥 및 말초혈관센터는 흉부외과, 혈관외과, 심장내과, 영상의학과, 심혈관전문마취과 의료진이 협진하고, 최상의 치료 성공률을 위해 ‘원스톱 치료’ 시스템을 통해 신속히 진료하고 있다.
 
대동맥 치료는 외과 수술적 치료(인조혈관 치환술), 중재시술적 치료(스텐트 인조혈관 삽입술), 하이브리드 치료(외과 수술적 치료와 중재시술적 치료를 같이 시행)가 있다.
  
24시간 전문의 대기 병원 알아둬야
 
수술적 치료는 병변 부위의 대동맥을 제거하고 인조혈관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가장 원칙적인 치료법이다. 다만 수술 자체의 위험성과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크다. 이와 달리, 시술적 치료는 병변 부위의 대동맥을 제거하지 않고 대동맥 내 스텐트 인조혈관을 삽입하는 것으로, 절개부위가 작아 수술 후 합병증 발생이 낮지만 모든 대동맥질환 치료가 가능하지는 않고 비교적 복잡하지 않은 대동맥 질환을 가진 고령 환자 치료에 적합하다.
 
하이브리드 치료는 스텐트 인조혈관 삽입술로만 대동맥 질환을 치료하기 어려운 경우, 외과수술로 우회로를 우선 만들고 이후 스텐트 인조혈관 삽입술을 시행해 합병증은 낮추고 치료 효과는 높이는 치료법이다.
 
김환욱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
2000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로 심장판막 질환, 대동맥질환, 심장이식이 전문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