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전쟁] 마스크 재료 수급은 괜찮나…MB필터 문제 생길 수도

중앙일보

입력 2020.02.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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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감과 겉감용 부직포, MB(Melt Blown) 필터, 그리고 나일론 끈.
 
 보건용 마스크의 주요 구성품이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123개 곳의 마스크 제조업체가 쉴 새 없이 가동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마스크 재료 수급에 이상이 없는지도 관심사다.  

지난달 30일 광주 북구청 직장어린이집에서 보건소 직원이 원아에게 감염병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법을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스크엔 다양한 형태의 부직포가 쓰인다. 부직포란 실로 짜지 않고(不織) 섬유를 접착하거나 엉키게 해 만든 직물이다. 마스크는 결국 먼지 등 유해물질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여러 종류의 부직포를 2~4겹으로 포개 재단하고 귀에 걸 수 있도록 끈을 달아 완성된 가리개다. 
 

부직포 안정적 공급엔 지장 없어 

 업계에 따르면 마스크 안감과 겉면을 만드는 데 쓰이는 부직포(폴리프로필렌 스펀본드)의 국내 수요는 연간 최대 2000t 정도다. 이중 절반은 도레이첨단소재가 공급한다. 1t은 마스크 20만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도레이첨단소재 관계자는 “(도레이의) 주력 상품은 아니지만, 마스크용 부직포 원료 생산을 늘리는데 큰 기술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마스크 소재 제조사 휴비스는 지난달 부직포의 일종인 폴리에스테르 단섬유 300t을 업체들에 공급했다. 남양 부직포, 클린앤사이언스 같은 대형 부직포 가공 업체는 이 재료를 사다 마스크에 들어갈 MB 필터 지지대를 만든다. 이 소재 역시 비교적 쉽게 공급을 늘릴 수 있다. 휴비스 관계자는 “우리의 공급보다는 이를 이용해 제품을 만드는 업체가 생산을 갑자기 늘릴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보건용 마스크에서 외부 유해물질을 차단하는 MB 필터는 얘기가 다르다. 국내 MB 필터 생산자가 소수이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KF(Korea Filter) 마크가 붙은 제품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문가에 따라 이견은 있지만, 보건 당국은 MB 필터가 들어가 있는 마스크를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마스크 제조업체인 '㈜와이에스토박이'에서 관계자들이 출하 예정인 제품을 검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MB필터는 중국서 수입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마스크용 MB 필터를 만드는 업체는 7곳 정도다. 일부 마스크 제조 업체는 중
국산 MB 필터를 수입해 쓰고 있다. 지금처럼 중국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경우 중국산 필터가 국내에 원활히 공급되리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스크 제조 업계는 “마스크에 들어가는 다른 재료는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공기 청정기에도 대량으로 사용되는 MB 필터는 부족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마스크 사재기와 함께 소재 수급에도 좀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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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마스크용 MB 필터 생산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이앤에치의 손창영 영업이사도 이런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본다. 이 이사는 “이미 석 달 치 주문이 꽉 차 있어 공기청정기용ㆍ산업용 필터를 생산하던 설비까지 마스크용 필터 생산으로 라인을 돌렸다”며 “신종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송 이사는 또 “수십억 하는 필터 제조 설비를 새로 들이려면 최소한 8개월에서 1년가량 걸려 금방 제조 설비를 갖출 순 없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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