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대
메리 매콜리프 지음
최애리 옮김
현암사
새로운 세기의
예술가들
문학 거장, 천재 화가 속속 등장
1871~1929년 예술 전성기 연출
일기·편지 등 방대한 자료 섭렵
박진감 넘치는 드라마 그려내
축제
우리에게도 친숙한 인물들이지만 그들의 세세한 삶 속으로 파고드는 여행은 전율을 불러일으킬 만큼 실감이 난다. 타임머신을 타고 100년 이전으로 돌아가 그들과 동시대 사람이 된 착각이 들 정도다. 정치적 배경까지 포함해 연대기적 형식으로 기술돼 있지만 스토리 전개가 박진감 넘쳐 지루할 틈이 없다. 자유의 여신상 프로젝트 같은 사건들의 시말을 한꺼번에 쓰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맞춰 장면 장면으로 연결해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저자인 사회역사가 매콜리프는 일기와 편지, 회고록 등 방대한 자료를 샅샅이 뒤져 철저히 고증한 이 장편 드라마를 ‘전지적 시점’으로 썼다.
1871년 5월 21~28일 ‘피의 주간’으로 막 내린 파리코뮌 이후 파리는 그야말로 잿더미가 됐다. 하지만 폐허 속에도 삶과 예술은 피어나는 법. 파리는 내정 혼란과 전쟁 패배를 딛고 화려하게 되살아났다. 인상파 화가 마네·모네·르누아르·드가·고갱·세잔·시슬레·피사로 등 새 피가 공급됐다. 이들은 살롱전으로 대표되는 기성 화단의 무시와 조롱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새로운 화풍을 실험했으며 끝내 큰 성취를 이룬다. 시대의 반항아들인 이들의 일상을 엿보노라면 어느새 그들과 친구가 된다.
고흐와 고갱의 예술적 동거와 결별, 매혹적인 대여배우 사라 베르나르의 활약과 연애담, 음악가 드뷔시와 라벨의 성공스토리, 럭셔리호텔의 대명사 세자르 리츠의 철학 등은 의미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밖에도 시시콜콜하다고 느낄 만한 예술가들의 삶의 디테일은 차고도 넘친다. 그들의 사생활, 연애담, 성격 묘사는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세기말 프랑스를 휩쓸었던 반유대주의 광란의 결정판인 드레퓌스사건을 둘러싼 문화예술계와 정계, 일반 국민 사이의 거대한 분열은 1894 유죄판결부터 1906년 최종 무죄 결정까지 10여 년 지속했다. 독일 스파이 혐의를 뒤집어쓴 유대인 드레퓌스를 옹호하며 ‘나는 고발한다’는 글을 쓴 졸라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대격돌은 오늘날 우리 사회와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2권 『새로운 세기의 예술가들』은 20세기 초입부터 1차대전 말까지를 다뤘다. 이사도라 덩컨, 스트라빈스키, 샤갈, 장 콕토 등 많은 예술가가 ‘빛의 도시’ 파리로 몰려온다. 피카소와 모딜리아니, 자코브 등 천재 화가들은 몽마르트르 언덕에 있던 싸구려 목조 공동주택 바토 라부아르에서 새 세기의 예술을 개척한다.
1차 대전으로 기나긴 휴지기에 들어가지만 전후 파리의 예술은 다시 황금기를 맞는다. 비약적으로 발전한 과학기술은 예술의 세계도 바꿔 놓았다. 3권 『파리는 언제나 축제』는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보게 된 전후 광란의 시대를 그렸다. 샤넬 패션은 혁신의 상징이었다. 건축계를 주름잡은 르코르뷔지에는 표준화된 모듈식 주택 돔-이노 시스템을 선보여 전쟁으로 파괴된 도시의 재건에 큰 몫을 했다.
프랑스의 이 시기는 예술과 문화가 가장 찬란하게 꽃핀 황금기였다. 이 책 3권을 섭렵한다면 풍성한 뷔페에 간 것처럼 ‘예술의 배’가 부를 것이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