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서비스 하면 신문이나 잡지 구독을 떠올린다. 최근엔 음악, 도서 같은 콘텐트 구독서비스에서 음식, 생필품 영역까지 확장됐다. '신선 배송'이나 '정기배송'으로 반찬, 면도기 같은 것도 구독한다. 그리고 이젠 전통주도 '구독'이 가능하다.
랜덤 박스에 담긴 전통주 2병…술담화 '담화박스'
술담화의 구독 서비스는 한 달에 한 번 계절과 절기에 맞는 전통주 2병과 큐레이션 카드, 유기농 안주를 패키지로 '담화박스'에 넣어 소비자에게 배송한다. 재미있는 점은 어떤 전통주가 올지 모르는 '랜덤 박스' 형태라는 점이다. 이재욱 담화컴퍼니 공동대표는 "친구가 새로운 술을 소개해주는 기분으로 전통주와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이라며 "선물을 받는 기분으로 색다름을 느낄 수 있게 기획했다"고 말했다.
직접 전통주 사진을 찍고 요약 노트를 제공해 스토리텔링을 한 점이 차별화 포인트가 됐다. 이 대표는 "일률적인 술 소개가 아니라 특정 전통주의 맛과 즐기는 방법, 언제 어울리는 전통주인지 추천 안주는 무엇인지, 양조장이나 술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포함해 이야기와 함께 술을 즐길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생산자인 양조장 입장에서도 새로운 판로도 찾고 마케팅도 되니 반응이 좋다. 지난해 담화박스로 고객이 받아본 전통주만 2만병가량이다. 소매가 4만 6500원 정도 하는 '담화박스' 패키지를 3만 9000원에 서비스할 수 있는 것도, 양조장 등 생산자의 협조가 있었던 덕분이다. 이 대표는 "전통주를 좋아하는 젊은 세대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기에 커뮤니티를 키워나가며 우리 술의 매력을 더 많이 알리고 싶다"고 했다.
우리 술 전문가가 만든 술 구독 서비스
'술을 읽다'의 1월 테마는 '겨울을 이겨내다'. 안동지역 맹개마을의 겨울 밀향기가 묻어나는 '진맥소주'가 주인공이다. 안동소주 1병과 생 배즙 1팩, 배 도라지즙 1팩, 진저에일 1캔이 세트로 묶여 구독자들을 찾았다. 생 배즙과 도라지즙은 안동진맥 소주와 함께 칵테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안내 영상도 제작했다.
'술을 읽다' 서비스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확장에 나선다. 시범 기간 선보였던 시도를 기반으로 풍성한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목표는 올해 말까지 구독자 2000명을 확보하는 거다. 이 대표는 "처음 술 구독 서비스는 술을 받아보는데 초점이 있었지만, 전통주로 만들 수 있는 칵테일 재료를 넣어주거나 했을 때 반응이 훨씬 좋았다"라며 "술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을 술펀만의 콘텐트로 삼아 차별화된 멤버십 커뮤니티로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정부도 전통주 챙기지만...
우리나라에는 1200개의 양조장에서 2000종의 전통주가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의 '와인'이나 일본의 '사케', 남미의 '데킬라'처럼 글로벌한 인지도를 쌓지는 못했다. 정부가 2017년 7월 예외적으로 전통주 온라인판매를 허용한 이유다. 하지만 여전히 전통주에 대한 수요는 많지 않다. 국내 주류시장 14조원 가운데 전통주 시장은 약 450억원 규모로 0.3%에 불과하다. 지난 21일 국세청이 '국내 주류 산업 진흥 지원안'을 발표하며 인터넷 홈페이지가 아닌 스마트폰 판매 등을 허용한 것도 우리술 쇠락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술펀 이수진 대표는 "정부 정책 자체는 반갑지만 전통주도 제품이고 양조장도 사업체"라며 "전통주 시장 자체가 커지고 양질의 상품이 나와 고객이 전통주를 먼저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