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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90년생 CEO들 "스타트업하기 좋은 나라 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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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기를 끈 서적『90년대생이 온다』 이후, '90년대생'은 한국 사회를 읽는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90년대에 태어난 20대가 회사에 속속 입사하고, 의미있는 소비자로 떠오르자 기성 세대는 '이해하기 어려운 막내들'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국내 스타트업계에서도 이 90년대생이 최근 창업자로, CEO(최고경영자)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90년대생 혹은 Z세대(1995년 이후에 태어난 젊은 세대) CEO들을 만났다.

90년대생 창업자, 90년대생 CEO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마켓플레이스 '플리팝'을 만든 최재원 디렉터(1996년생),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 '뉴닉'의 김소연 대표(1994년생), 주류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는 '벨루가브루어리'의 김상민 대표(1991년생). [사진 중앙포토·각사]

90년대생 창업자, 90년대생 CEO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마켓플레이스 '플리팝'을 만든 최재원 디렉터(1996년생),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 '뉴닉'의 김소연 대표(1994년생), 주류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는 '벨루가브루어리'의 김상민 대표(1991년생). [사진 중앙포토·각사]

시사 뉴스레터 서비스 '뉴닉'은 김소연(26), 빈다은(25) 대표가 의기투합해 만든 미디어 스타트업이다. 일주일에 세 번 '고슴이'라는 캐릭터가 5분 분량으로 각종 이슈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지난해 8월 시작한 뉴닉은 1년 만에 독자 11만명을 모았다. 20대 중후반, 30대 초중반 구독자가 90%다.

김소연 대표는 "'90년대생은 한 마디로 규정하기 어렵다'는게 이 세대의 특징"이라며 "'젊은 세대는 텍스트를, 진지한 이야기를 싫어한다'는 편견이 있는데, 정작 뉴닉 구독자를 보면 연예인보다 미·중 무역 분쟁처럼 깊이 있는 시사 이슈를 다루면 더 좋아한다"고 전했다. 뉴스레터를 발송하면 적게는 200건, 많게는 300건 가까이 되는 긴 피드백이 돌아온다고 한다. 포털 뉴스에 댓글을 다는 것과는 다른 양상의 뉴스 소비 방식이다. "오늘은 이런 문장이 좋았다"부터 시작해 "열심히 설명해주신 것 같은데 이해는 잘 안 돼요"와 같은 식의 솔직한 평가도 많다.

미디어 스타트업 '뉴닉'. 김소연(26), 빈다은(25) 대표가 의기투합해 만든 미디어 스타트업이다. 서비스 시작 1년만에 독자 11만명을 모았는데 20대 중후반, 30대 초중반 구독자들이 90%를 차지한다. [뉴닉]

미디어 스타트업 '뉴닉'. 김소연(26), 빈다은(25) 대표가 의기투합해 만든 미디어 스타트업이다. 서비스 시작 1년만에 독자 11만명을 모았는데 20대 중후반, 30대 초중반 구독자들이 90%를 차지한다. [뉴닉]

10·20세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오프라인 마켓 '러블리마켓'을 만든 '플리팝'의 최재원(24) 디렉터는 "Z세대는 무서우리만치 똑똑하다"고 말한다. 러블리마켓은 인터넷 쇼핑몰에서만 볼 수 있는 각종 패션 상품을 모아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마켓플레이스다.

최 디렉터는 "Z세대 고객들이 어떤 게 광고인지 콘텐트인지 가려내고, 또 어떤 기업들이 온라인에서 거짓말을 하는지 알려주는데 살짝 무서웠다"고 전했다. "Z세대는 어떤 콘텐트가 진심인지, 거짓인지도 구분할 줄 안다"고도 했다.

'러블리마켓'은 10·20세대 여성들이 온라인 쇼핑몰 상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살 수 있는 오프라인 마켓플레이스다. Z세대가 정작 물건을 구매할 때는 직접 눈으로 보고 구매하는 오프라인 쇼핑을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해서 시작한 마켓이다. [사진 플리팝]

'러블리마켓'은 10·20세대 여성들이 온라인 쇼핑몰 상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살 수 있는 오프라인 마켓플레이스다. Z세대가 정작 물건을 구매할 때는 직접 눈으로 보고 구매하는 오프라인 쇼핑을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해서 시작한 마켓이다. [사진 플리팝]

그는 또 "많은 기업들이 '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며 디지털로 풀어내려는 강박이 있는데, 사실 Z세대는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한다"며 "익숙한 경험보단 새롭고 특별한 경험을 더 가치 있게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러블리마켓도 이런 점에 착안해 시작했다. Z세대가 물건을 구매할 때는 직접 눈으로 보고 사는 오프라인 쇼핑을 선호한다는 데 주목했다.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살 수 있다는 걸 알지만, 가게에 찾아와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나 타인과 마주치며 쌓는 관계 속에서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사업을 시작한 90년대생 CEO들이 보기에 한국은 스타트업하기 좋은 나라일까 아닐까. B2B(기업간거래) 주류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는 '벨루가브루어리'의 김상민(29) 대표는 "몇 가지 조건만 지킨다면 스타트업하기 좋은 나라일 것"이라고 말한다.

벨루가브루어리는 2017년 국내 최초로 수제 맥주 정기 배송 서비스를 선보였으나 국세청이 주류 배송에 대해 '불법'이라고 판단을 내리면서 지난해 7월 정기 배송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현재는 주류 유통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벨루가]

벨루가브루어리는 2017년 국내 최초로 수제 맥주 정기 배송 서비스를 선보였으나 국세청이 주류 배송에 대해 '불법'이라고 판단을 내리면서 지난해 7월 정기 배송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현재는 주류 유통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벨루가]

김 대표가 운영하는 벨루가브루어리는 2017년 국내 최초로 수제 맥주 정기 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러나 국세청이 주류 배송을 '불법'이라고 판단하면서 지난해 7월 정기 배송 서비스를 중단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기존 기득권을 지켜줘야 맞다'는 알고리즘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플레이어인 스타트업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벨루가는 법령의 틀 안에서 사업을 했는데도, 불법이라고 해 억울했다"고 말했다. 벨루가브루어리는 현재 소매 상점과 주류 공급사·도매상을 연결해주는 주류 유통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지난달 30일에는 카카오벤처스로부터 투자를 유치(규모 비공개)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또 "스타트업에선 아직 능력만으로 인정받는 게 어려운 것 같다"며 "창업자가 어느 대학, 어떤 컨설팅펌 출신인 지에 따라서 투자도 잘 받을 수 있고, 더 큰 지원도 받는 듯한 분위기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창업자들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소연 뉴닉 대표는 "아직 스타트업을 낯설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아, 이 친구가 나중에 제2의 페이스북을 만들 친구구나'와 같은 격려보다는 '왜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하려는 거지?'와 같은 우려를 많이 한다. 인식을 바꾸려면 더 열심히, 더 큰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재원 플리팝 디렉터는 "스타트업을 평가할 때 매출 같은 수치만으로 평가받을 때 어려움을 느낀다"며 "이 회사가 규모는 작지만, 고객과 얼마나 탄탄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지 등도 봐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90년대생 CEO들의 새해 사업 전망은 대체로 밝았다. 김소연 뉴닉 대표는 "뉴닉 이후 비슷한 뉴스레터 서비스가 급증할 정도로 뉴스레터 분야가 관심을 많이 받아서 좋다"며 "현재 11만명 수준인 구독자를 50만명까지 늘리고, 뉴스레터 외에도 다양한 시도를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상민 벨루가브루어리 대표는 "현재는 맥주 유통만 중개하는데, 와인·전통주 등 영역을 확장해 종합 주류 유통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최재원 플리팝 디렉터는 회사의 신년 슬로건이 '장벽을 허물자'라며 "기업과 고객,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어 고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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