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카드의 세계
시를 읽지 않는 보통 사람들은 운명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앞날이 궁금하다. 연말이나 구정을 앞둔 연초, 무속인들이 바쁜 이유다.
타로 인생상담 30년 한민경씨
7번은 측근 정치, 인기는 좋아
4번 엠퍼러는 국수주의 성향
생년월일 숫자 최대 8개 더해
9개 역할 유형으로 나눠 해석
자칭 고민수집가. 타칭 연남동 한선생. 지난 3일 한씨를 만났다. 워낙 바빠 오전에 만나야 했다.
- 주로 어떤 상담을 많이 하나.
- “정치인, 연애 상담은 하지 않는다. 70% 정도가 직장인, 사업하는 사람들이 인간관계에서 겪는 고민 상담이다. 무작정 찾아온다고 상담해주지 않는다. 사전에 내용을 필터링한다.”
- 타로는 주로 연애 상담을 통해 대중화됐다. 연애 상담을 하지 않는 이유는.
- “실연한 후 울면서 찾아온 여자가 있다고 치자. 나는 기본 상담료가 20만원이다. 그걸 알려주면 대부분 안 한다고 한다. 돈이 문제인 거고, 안고 온 질문 자체가 그렇게 무거운 질문이 아닌 거다.”
- 부부간 문제도 애정 문제일 수 있는데.
- “부부는 협업자다. 가정을 지탱하고 아이들을 키운다. 생산성이 있어야 하고 생산성을 높일 전략도 필요한데, 그래서 중요한 게 부부가 각각 어떤 역할에 집중할 때 결과가 더 빛이 날 수 있느냐다. 나는 부부가 그럴 수 있도록 돕는다.”
- 성격이 아니라 역할이라고 하는 이유는.
- “‘나’라는 사람에 대해 얘기해보자. 내가 아는 나의 모습과 남들이 아는 나의 모습 중에 공통된 부분이 있을 거다. 그걸 합의된 나라고 치자. 그런데 남들이 모르고 나도 모르는 나, 혹은 나만 아는 나도 있을 수 있다. 나를 제대로 보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소울넘버에서 역할은 불변의 나를 규정하는 대신 다른 사람들과 전체 속에 있을 때 내가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 행동패턴, 일종의 알고리즘에 대해 설명해 놓은 거다.”
- 그런 걸 알면 어떤 도움이 되나.
- “인생은 계주 경기, 각자는 특징이 제각각인 계주 선수다. 자기 특성에 따른 역할을 알면 가령 승진이나 부서 이동으로 좋아지거나 힘들어진 상황이 생겼을 때 아무래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다.”
- 타로카드나 수비학 모두 서양에서 왔다. 문화가 다르면 상담 내용도 달라지나.
- “레이첼 폴락 같은 미국의 전문가에게 타로를 배우러 다니다 미국인 고객도 생겼다. 한국인들이 확실히 조직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 미국이 결과를 중시한다면 한국은 조직에 협조적인지를 더 따지는 경우가 많다.”
- 문재인 대통령이나 주변국 지도자들의 역할도 소울넘버로 얘기해볼 수 있나.
- “문 대통령은 7번, 북한의 김정은, 미국의 트럼프, 일본의 아베가 모두 4번이다. 4번의 역할은 황제, 엠퍼러다. 돈 갖다 바치는 사람을 보호하는 프로텍터다. 국수주의, 우경화할 수밖에 없다. 전쟁이 날 확률은 적다. 지키려는 사람들인데 전쟁 나면 이겨도 손해 아닌가. 북핵 문제는 협상을 계속해도 결과가 나오긴 어려울 것 같다. 지도자로서 7번은 팀으로 움직인다. 측근 정치다. 민주적이지는 않은데 인기는 좋다. 또 일을 이뤄내기보다는 보이는 것을 잘 만들어낸다.”
남의 눈에 비친 나의 행동 알고리즘을 알고 주어진 내 역할을 긍정하자. 이런 강령을 타로라는 ‘서양 미신’에서 나왔다고 배척할 이유가 있을까.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