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8년 만에 첫 팬미팅을 열게 된 가수 양준일(50)이 31일 서울 세종대 대양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소회다. 취재진 앞에 선 스스로의 모습이 낯선지 그는 연신 “모두 저를 보러 오신 것이 맞냐”며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미국 식당에서 서버로 일했는데 믿기지가 않는다”고 덧붙였다.
탑골공원·슈가맨서 소환된 ‘90년대 지디’
“일주일 전까지 서빙했는데 무대 안 믿겨
힘든 시간 많았지만 한국서 계속 살고파”
응원과 지지 힘입어 앨범·책 발표 계획도
“외국인이 일자리 뺏는다”고 비자 거부
“이후에도 대한민국에서 계속 살고 싶어서 공부방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어요.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니 먹여 살려야 한다는 부담감과 한달 한달 넘겨야 한다는 압박감에 닥치는 대로 일을 하게 됐어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영어를 잘 기억할 수 있을까 싶어서 잠을 못 자며 학습자료를 만들며 주변 학원들과 경쟁했는데 그렇게 고민할 시간이 없어진 거죠.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기도 했고요.”
베트남에서 태어나 홍콩ㆍ일본ㆍ미국 등을 오가며 유년시절을 보낸 그는 한국말이 서투르다는 이유로 방송 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교포 출신이나 해외 국적 가수들도 많은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는 ‘시대를 너무 앞서나간 뮤지션’이라는 평가에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당시 한국과 안 맞는다는 건 느꼈다”며 “그렇지만 제가 하는 음악을 바꿀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마이클 잭슨 흉내낸 것 아냐…몸 때문”
목소리로 10%, 몸으로 90%를 표현한다는 지론이 탄생한 배경에 대해서는 “그 시절에 노래 잘하는 가수들은 모두 목소리가 굉장히 컸는데 저는 너무 작았다”며 “그래도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걸 보면 내 모습 같지 않고 무슨 연예인처럼 재밌더라”고 설명했다.
2001년 양준일의 존재를 숨긴 채 프로젝트 그룹 V2를 꾸려 활동했던 그는 “1, 2집 활동도 힘들었지만, 마지막으로한 번만 더 앨범을 내고 싶다는 디자이어(욕망)가굉장히 컸다”고 고백했다. “원래 가사 쓰기가 굉장히 힘들었는데 그때는 막 가사가 쏟아져 나왔어요. 아마 마지막 앨범이 될 거라는 걸 알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게 잘 됐든 안 됐든 내려놓을 수 있었고요.”
“매력은 공식 아냐…패션감각은 타고난듯”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게 된 그가 스스로 꼽는 매력은 뭘까. “그 질문은 저 자신한테 물어보지 않아요. 감히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파악하려고 노력하면 포뮬러(공식)이 나올 거고, 그걸 따라가려고 하면 또 그 포뮬러를 죽이는 포뮬러가 나올 것 같아서요.” 그럼에도 “패션 감각은 타고난 것 같다. 딱 보면 몸에 어울릴지 판단이 선다”거나 “바쁜 날은 식당에서 하루 14시간을 일하며 16㎞를 걸으면서도 먹는 것을 조절한다”는 걸 보면 천상 연예인이다. 그것도 요즘 시대에 딱 맞는.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