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경찰 등이 밝힌 사건의 진행 상황은 이렇다.
이 사건 피해자 A씨(20)는 최근 대출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인터넷 글을 보고 대출 사기 일당을 만났다. A씨는 이들과 며칠 동안 찜질방 등에서 함께 지내며 대출을 받기 위해 재직 증명서를 위조하는 방법 등에 대해 전해 들었다고 한다.
대출 사기 일당의 보복
A씨는 지난 24일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에 갔으나 문서를 위조해야 한다는 사실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 달아났고, 이에 대출 사기 일당이 보복하려 피해자 집 주소로 닭강정을 거짓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는 경찰에 대출 사기 피해 사실을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A씨가 연루된 대출 사기 사건은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닭강정 가게 업주 B씨가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에 이날 제보 글을 올린 게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졌기 때문이다. 닭강정 가게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다.
B씨는 해당 글에서 “단체 주문을 받아서 배달하러 갔는데 주문자의 어머님이 처음엔 안 시켰다고 하다가 주문서를 보여드리니 ‘아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데 가해자들이 장난 주문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피해자 측의 카드 결제를 취소했다는 B씨는 닭강정을 거짓 주문한 주문자를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 26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거짓 주문 전화를 한 전화번호를 고소 대상에 명시했다.
학교폭력 관련성은 없어
경찰은 대출 사기 일당을 검거할 경우 닭강정 거짓 주문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와 대출 사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대출 사기로 수사를 확대하고 일당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B씨가 인터넷에 올린 ‘300만원 갈취’ 등에 대한 내용도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엔 115만 원어치 거짓 주문
이날 이와 같은 피해를 본 음식점은 이곳을 포함해 치킨집, 보쌈 전문점 등 태전동 일대에서만 4곳으로 알려졌다. 피해액은 총 115만8000원이다.
경찰은 거짓 주문한 남성이 음식점들에 제공한 휴대전화의 명의자 D씨로부터 “최근 대출회사에 대출을 문의했는데 보이스피싱이 의심돼 상담을 받은 일이 있다”는 진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추가 피해를 막고자 광주시 일대 음식점들에 이날 발생한 거짓 주문 피해 사례를 알리고, 닭강정 거짓 주문 사건과 연관성 등을 수사하고 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