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 신당)의 범여(汎與)가 주도한 패스트트랙 안건 강행 국면은 일종의 반면교사였다. 범여는 반대 진영에 불리한 ‘게임의 룰’(선거법)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과시키려는 과정에서 ‘변칙’을 앞세웠다. 소수자의 권리인 필리버스터(filibuster·무제한 토론)를 다수자가 행하는 코미디도 벌어졌다. 자유한국당도 무리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부끄러운 일을 하면서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초현실적인 상황”이라고 요약했다.
‘늦게 낸 수정안부터 표결’ 이용
여당, 의안과 죽쳤다 벼락 제출
23개 안건 건너뛰어 선거법 상정
여당도 야당 대응용 필리버스터
② 윤후덕 대표 발의 안건만 통과=이날 통과한 안건은 ‘회기 결정의 건’과 ‘동의의 건’까지 네 건이다. 모두 윤후덕(원내부대표 입법 담당)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한국당이 법안당 30여 건의 수정안을 제출하자 민주당이 마지막에 윤후덕 안을 내는 방식을 채택해서다. 헷갈릴까 봐 모두 ‘윤후덕’으로 통일했다고 한다. ‘가장 늦게 제출된 수정안부터 먼저 표결한다’는 국회법 96조를 활용했다. 의안 접수를 담당하는 민주당의 한 당직자가 의안과 앞에서 기다렸다가 마지막 순간에서야 수정안을 제출했다고 한다.
④ 화장실행 논란=본회의에 선거법 개정안이 상정된 23일 오후 9시49분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고, 주호영 의원이 첫 토론자로 단상에 올랐다. 그는 24일 오전 1시48분까지 3시간59분을 쉬지 않고 발언했다. 생리 현상을 감안, 기저귀를 착용한 채였다. 두 번째 발언자인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분가량 더 길게 말했다. 문 의장의 양해하에 화장실을 다녀오기도 했다.
신보라 한국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에 “자기들이 일방적으로 의사를 진행해 놓고 그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토론을 한다니 이런 ‘막장 코미디’가 어디 있나”라고 했다. 필리버스터는 25일 자정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