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포엔 화학탄, KN-23엔 핵탄두 가능···한국 정조준한 북한

중앙일보

입력 2019.11.29 15:56

수정 2019.11.29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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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이동형 발사대(TEL)에서 초대형 방사포가 나가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의 관영매체들이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는 가운데 지난 28일 초대형 방사포의 연속사격 사험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초대형 방사포 사진에는 이전 발사 때와 같은 차륜형 이동식발사대(TEL)에 발사관 4개가 보였다. 북한은 특이하게도 올해 4차례 초대형 방사포 발사 중 처음으로 이번을 ‘련(연)발 시험사격’으로 규정했다.  

북한 공개 사진 속엔 발사대 2대인 듯
연발로 쐈다지만, 속였을 가능성 제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초대형 방사포 연발 시험사격을 지켜보고 있다. 두 줄기의 연기 간격이 같은 발사대에서 쏜 것보다 넓기 때문에 연속 사격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북한의 공식 발표와 달리 1대의 TEL이 30초 간격으로 초대형 방사포 2발을 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오후 조선중앙TV가 공개한 동영상이 그 증거라는 것이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동영상엔 두 줄기의 연기가 뚜렷하게 보이는데, 둘 사이 간격이 동일 TEL에서 쏜 것보다 더 넓다”며 “앞에 1대의 TEL이 있고, 그 오른쪽 뒤에 또 다른 TEL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븍한은 올해 4종류의 단거리 발사체를 13차례 발사했는데, 이 가운데 ‘북한판 에이태큼스’란 별명이 붙은 신무기는 사실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단거리 탄도 미사일인 KN-23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일종의 기만술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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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김 위원장이 시험사격 결과에 대하여 대만족을 표시했다”며 “초대형 방사포의 군사기술적 우월성과 믿음성이 확고히 보장된다는 것을 확증했다”고 북한 관영매체들이 전했다. 곧 실전배치를 앞뒀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북한은 초대형 방사포와 KN-23으로 한국을 상대로 언제라도 ‘양수겸장’을 부를 능력을 갖추게 된다. 핵무기를 다루는 북한 전략군 소속인 KN-23엔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또 한국의 대부분 지역이 이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 안에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류성엽 위원은 “북한이 유사시 한국의 중요 전략적 목표를 핵공격할 때 KN-23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KN-23보다 위력과 정밀도는 떨어지지만, 값이 싼 초대형 방사포는 충청권까지의 주요 군사 시설을 타격하는 무기다. 북한은 초대형 방사포에 화학탄 탄두를 달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가운데) 뒷짐을 지고 웃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공개한 사진 속 김 위원장은 주변의 군 관계자들이 박수를 치는 가운데 뒷짐을 지고 웃고 있다. 그가 발사장에 등장한 모습이 북한 관영매체들에 공개된 것은 지난 9월 10일 이후 두 달 만이다. 비교적 담담한 모습이었다. 주변의 관계자를 얼싸안거나, 담배를 나눠 피는 모습은 없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관영매체들이 김 위원장의 발언을 직접 인용하지 않았다”며 “엄중한 상황에서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고, 신중함을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에 ‘새로운 셈법’을 강하게 요구하지만 절제된 형태로 전달하겠다는 의미라는 해석도 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