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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지켜본 미사일 두발···'북한판 에이태큼스'는 가짜"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지난달 10일(왼쪽)과 16일(오른쪽) 시험발사한 '새 무기'. 모양이 미국제 육군 전술미사일시스템(ATACMSㆍ에이태큼스)와 닮았다. [사진 미 육군,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지난달 10일(왼쪽)과 16일(오른쪽) 시험발사한 '새 무기'. 모양이 미국제 육군 전술미사일시스템(ATACMSㆍ에이태큼스)와 닮았다. [사진 미 육군,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지난달 10일과 16일 북한이 발사한 신형 전술지대지미사일은 가짜이며, 실제론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인 KN-23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합참은 지난달 10일 당시 북한의 발사체를 KN-23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북한의 관영매체는 다음 날인 지난달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새 무기의 시험사격”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16일에도 같은 종류의 발사체를 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모양이 미국제 육군 전술미사일 시스템(MGM-140 ATACMS)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 발사체는 ‘북한판 에이태큼스’라 불렸다.

KN-23과 북한판 에이태큼스는 모두 외부 케이블을 보호하기 위해 전선로(cable racewayㆍ빨간 선으로 강조)가 붙어있다. [사진 마르쿠스 쉴러 트위터 @RocketSchiller]

KN-23과 북한판 에이태큼스는 모두 외부 케이블을 보호하기 위해 전선로(cable racewayㆍ빨간 선으로 강조)가 붙어있다. [사진 마르쿠스 쉴러 트위터 @RocketSchiller]

그런데 독일의 로켓ㆍ미사일 전문가인 마르쿠스 쉴러 박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토론을 촉발하려는 가설”이라며 “북한판 에이태큼스는 탄두부를 바꾼 KN-23을 발사관에 담아 발사한 뒤 사진을 수정한 것이다. ‘새 무기 시험사격’은 정교하게 마련한 가짜 이벤트”라고 주장했다.

쉴러 박사는 근거로 북한판 에이태큼스 사진에 나온 전선로(cable raceway)를 들었다. 전선로는 미사일에서 유도장치와 연소장치를 연결하는 케이블을 보호하는 덮개다. KN-23은 케이블이 바깥에 있기 때문에 전선로로 보호해야 한다. 외부 전선로는 KN-23과 러시아제 이스칸데르를 구분하는 특징 중 하나다. 그런데 북한판 에이태큼스도 전선로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마르쿠스 쉴러 박사는 북한판 에이태큼스의 일련 번호가 다른 미사일 것과 비교하면 좌우가 좁고 상하가 긴 점으로 봐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마르쿠스 쉴러 트위터 @RocketSchiller]

마르쿠스 쉴러 박사는 북한판 에이태큼스의 일련 번호가 다른 미사일 것과 비교하면 좌우가 좁고 상하가 긴 점으로 봐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마르쿠스 쉴러 트위터 @RocketSchiller]

또 다른 근거로 북한판 에이태큼스의 사진을 분석한 결과 유도장치가 들어갈 공간이 없고, 탄두부도 아주 작다고 쉴러 박사는 지적했다. 그는 북한판 에이태큼스의 이 같은 특징이 사진을 조작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 증거로 북한판 에이태큼스 겉에 쓰인 일련번호를 제시했다. 다른 미사일의 일련번호와 비교하면 좌우가 좁고, 상하가 긴 편이다. 미사일 발사체 모습을 찌그러뜨리도록 사진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쉴러 박사가 북한판 에이태큼스 일련번호를 다른 미사일처럼 나오도록 사진을 보정했더니 KN-23가 거의 유사하게 나왔다. 탄두부 모양이 조금 달랐을 뿐이다.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를 비교한 사진. 원본으로 보면 북한판 에이태큼스가 이스칸데르와 KN-23보다 짧고 퉁퉁해 보인다. [사진 마르쿠스 쉴러 트위터 @RocketSchiller]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를 비교한 사진. 원본으로 보면 북한판 에이태큼스가 이스칸데르와 KN-23보다 짧고 퉁퉁해 보인다. [사진 마르쿠스 쉴러 트위터 @RocketSchiller]

북한판 에이태큼스의 사진을 보정한 결과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KN-23과 겉모습이 거의 비슷했다. 탄두부 모양만 약간 차이가 있었다. [사진 마르쿠스 쉴러 트위터 @RocketSchiller]

북한판 에이태큼스의 사진을 보정한 결과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KN-23과 겉모습이 거의 비슷했다. 탄두부 모양만 약간 차이가 있었다. [사진 마르쿠스 쉴러 트위터 @RocketSchiller]

쉴러 박사는 “북한은 사거리 400㎞ 안팎의 발사체가 KN-23을 비롯 대구경 조정 방사포, 초대형 방사포 등 7종류가 된다”며 “미사일 시스템을 유지하려면 많은 돈이 든다”고 지적했다. 같은 목적을 가진 다양한 발사체를 개발하고 생산하고 유지하는 게 기본적으로 낭비라는 뜻이다. 그는 또 “북한이 미국의 에이태큼스와 닮은 발사체를 보여준 것은 ‘우리도 미국과 같은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에이태큼스와 같은 미사일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싸고, 기적과 같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사를 잇기 위해서”에 이 같은 기만술을 썼다는 게 쉴러 박사의 분석이다. 쉴러 박사는 안보 자문업체인 ST 애널리틱스의 대표이며, 미국의 싱크탱크인 랜드에서 방문 연구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장영근 항공대 항공우주ㆍ기계학부 교수는 “쉴러 박사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저평가하는 성향”이라며 “그의 주장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제원ㆍ비행궤적ㆍ최고속도 등 다양한 분석을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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