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시장을 안정시키는 길은 ‘꾸준한 주택 공급’과 ‘투기 수요 차단’입니다. 실수요자를 위해 주택을 꾸준히 공급하고 한편에서는 투기 수요를 잠재워야 시장은 안정됩니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껏 두 가지 모두 실패했습니다. 현재 시중에는 1100조원에 이르는 자금이 대기 중입니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으니 부동산 시장은 늘 화약고입니다. 투기(투기를 투자와 구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일단 '투기'로 쓰겠습니다) 수요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보유세 현실화는 그래서 필요합니다. 세금 부담이 커지면 불필요한 집을 사지 않습니다. 올해 높아진 세율과 상향 조정된 과표가 적용된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은 유주택자들은 놀라겠지만, 실제 한국의 보유세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하면 아직 낮습니다. 아파트값 뛴 것에 비하면 보유세 늘어난 규모는 미미합니다. 투자 잘하면 시세 차익이 왕창 나는 구조에서 인간의 근본적 욕망을 포기할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매물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하지만 취득세 등 거래세가 만만찮습니다. 기본적으로 보유세를 올리면 거래세를 낮춰 매물이 많이 나오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양도소득세 부담도 낮춰야 합니다. 물론 소득 있으면 세금 내야 하지만 지금처럼 매물이 잠기면서 시장이 왜곡되는 상황에서는 거래가 늘어나도록 양도세 부담을 줄여주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명분에 집착해 조이기만 합니다.
서울 아파트에 투기 수요가 몰리고 매물은 안 나오는 건 임대주택 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듬뿍 준 탓도 있습니다. 자산가가 아파트를 더 사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임대수입 생기고, 집값은 뛰어 시세 차익 커지고, 보유세와 양도세를 안 내거나 덜 내는 특혜를 누립니다. 이런 임대주택은 최장 8년간 팔지도 못합니다.
연구소는 이번에는 2016~2018년 서울에 등록된 임대주택 수를 추산했습니다. 총 28만8000호라고 합니다. 임대주택으로 등록된 오피스텔이 있다는 걸 고려하더라도 임대사업자들이 다양한 혜택을 노리고 주택을 많이 구매했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뒤늦게 정부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축소했지만 늦었습니다. 이런 고가 아파트는 전세가도 웬만하면 수억원이 넘고, 월세도 수백만원대인데 이게 서민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됩니까.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주택 공급이 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정부가 시장에 보냈다는 점입니다. 이미 서울 등에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도입했는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까지 겹치면서 향후 서울에서 아파트 공급이 줄 것이라는 신호가 시장에 퍼진 상태입니다. 당연히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기존 주택에 수요가 몰리게 됩니다. 지금 사면 가격이 뛰어 상당한 시세 차익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은데 투자자든 투기꾼이든 왜 몰리지 않겠습니까.
정부가 할 일은 서민이 집 걱정하지 않고 살게끔 싸고 품질 좋은 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나머지는 적절한 세제와 거래를 활성화하는 규제 개혁 등을 통해 시장이 균형 가격을 찾아가도록 길을 닦아주면 됩니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