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프리드 맥코이 지음
홍지영 옮김
사계절
미·중 무역전쟁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중국과의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중국산 제품에 대해 매우 큰 규모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국가 재정 잣대로 한 시나리오
중국 부상, 경제난 풀기 어려워
주한미군 분담금 거액 요구도
돈 주머니 얇아진다는 증거
미국의 영향력이 이렇게 급락하고 있는 데는 뭐니뭐니해도 13억 인구라는 거대 자체시장을 가진 중국의 급부상이 작용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2030년께 미국은 경제생산량에서 중국에 이어 2위로 밀려날 것이고 그 20여 년 뒤에는 인도에도 뒤처질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기술 혁신 부문에서도 중국은 2030년께 선두 자리를 꿰찰 것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퍼컴퓨터가 뒷받침하는 글로벌 위성통신망을 완성하고 우주의 무기화를 위한 독립 플랫폼과 세계 어디든 미사일 또는 사이버 공격을 가할 수 있는 강력한 통신 체계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
『대전환』은 세계질서 변화, 경제 쇠퇴, 군사적 재난, 3차 세계대전 그리고 기후변화의 측면에서 미국의 몰락 시나리오를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굳이 2030년까지 갈 필요도 없이 이미 여기저기서 전조현상이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책에서 소개하는 시나리오 하나를 보자. 미국은 2020년대 내내 물가 상승, 실업률 증가 및 실질 임금의 하락 속에서 정치적·사회적 논쟁이 이어지면 국민 분열의 골이 더욱 깊어진다. 최악의 경기 침체를 맞은 트럼프의 후계자(누가 될지는 모르지만)는 유세에서 소외된 백인 노동자 계층을 선동한다. “우리의 기술을 훔치고 미국인의 일자리를 아시아로 빼돌린 교활한 중국인”이라고 비난하자 “USA! USA!”라는 환호가 울려 퍼진다. 문제는 이게 10년 뒤 미래의 일이 아니라 벌써 현실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후계자는 중국에 미국의 권위를 존중하지 않으면 군사적 응징이나 경제 보복을 가하겠다고 협박한다. 하지만 미국의 동맹은 이미 갈가리 찢어져 있고 세계는 미국의 세기가 조용히 저물고 있는 것을 지그시 바라보고만 있을 뿐 아무도 호응하지 않는다.
골든타임은 이제 째깍째깍 대책 없이 흐르기만 한다. 2기 트럼프(혹시 재선된다면), 혹은 트럼프 후임 대통령이 ‘동급 최강’이긴 하지만 절대적 지위를 잃어 가는 제국 미국의 몰락을 막을 수 있을까. 추는 이미 기울었다는 부정적 전망을 되돌릴 수 있을까. 물론 미래가 이런 시나리오만큼 극적으로 전개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든 트렌드는 2030년께 미국 패권의 몰락을 시사하고 있다. 설사 베이징이 경제 둔화나 국내 소요로 주춤한다고 하더라도 10여 개의 강대국이 다극적 세계의 여러 축을 차지할 것이다.
점진적 쇠퇴든 격렬한 폭발이든 힘의 균형이 깨지는 상황은 예의주시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미국 패권의 쇠퇴 또는 붕괴가 시나리오대로 진행된다는 보장은 없으나 이 책의 전망은 앞으로 다가올 세계를 바라보는 창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도 불과 10년 후에 격변하게 될 세계 환경에 처할 수 있는 만큼 치밀한 대비가 필요해졌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