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소리가 들리자 버스 안 승객은 “와아” 탄성을 내뱉었습니다. 매일같이 타는 자동차가 출발하는데 승객이 놀란 이유는, 그 차의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도, 액셀러레이터를 밟지도 않았기 때문이지요.
12일 오후 세종시 규제자유특구에서 체험한 자율주행 자동차 이야기입니다. 세종시는 현재 제1차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돼 자율주행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 사업만을 위해 규제를 풀어낸 지역은 세계에서 세종시가 유일합니다. 지난 7월 이후 4개월여 동안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 달려온 세종시에서 직접 자율주행 버스를 타봤습니다.
자율주행 규제특구서 직접 타보니
작은 물체도 장애물 인식해 제동
지하차도 들어가자 GPS 먹통
아직은 사람 도움 필요한 수준
신호체계와 연동 등 연구 한창
자율주행차, 아직은 긴장하며 타야 하는 수준
지하차도에 들어갈 때 좀 놀랐습니다. 지하차도에만 들어갔다 나오면 운전대가 양옆으로 심하게 흔들렸지요. 지하차도 옆 벽면에 부딪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알고 보니 차가 이렇게 흔들리는 이유는 GPS(위성항법장치) 때문입니다. 지하차도를 지나는 동안 위성에서 수신하는 정보를 제대로 받지 못해 제멋대로 움직이는 운전대를 ‘오퍼레이터(운전자)’가 직접 붙들어야 했습니다.
자율주행차, 오래 타면 멀미도 좀 나겠더군요. 이날 주행한 곳은 세종시 산학연클러스터센터부터 합강교차로를 지나 다시 산학연클러스터센터로 돌아오는 왕복 7.7km의 버스전용도로(BRT) 구간입니다. 이곳은 아직 교통 수요가 많지 않아 다른 버스는 다니지 않습니다. 지금은 오직 자율주행차 시험 운영을 위해 비워진 도로입니다. 그런데도 자율주행차는 중간중간 이유 모르게 갑자기 제동이 걸렸습니다. 이날 동행한 자율주행 업체 엠디이(MDE)의 윤경민 이사는 “차량에 장착한 센서가 종종 ‘고스트(Ghost)’를 인식해 멈추려 하기도 한다”고 설명합니다. 사람의 눈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자율주행차에 달린 레이더(Radar)와 라이더(Ridar) 센서 등은 종종 낙엽 같은 이물질을 인식하기도 한다는 거지요.
- 왜 세종시에서는 자율주행차를 탈 수 있나.
- 그동안 자율주행차 사업이 어려웠던 이유는.
우선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로 위를 달리려면 자율주행 시스템 자체의 무인 운영 능력도 중요하지만, 자동차가 도로·신호 체계 등과 정보를 잘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도로 곳곳에 자율주행을 위한 인프라를 설치할 수 있어야 하죠. 또 차 안의 영상장치(블랙박스 등)로 수집한 영상 자료를 데이터센터 등과 공유하며 사고를 예방하는 기술도 필수입니다.
이런 행위는 그동안 법으로 금지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종시의 규제자유특구는 이러한 규제로부터 제외입니다.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 2년 동안 규제의 제약을 받지 않게 되며, 2년이 지나면 결과 평가를 통해 연장·확대·해제 등이 결정됩니다. 규제자유특구는 한번 연장할 수 있어 최대 4년 동안 규제자유특구 혜택을 받을 수 있고, 특구 기간에 규제 관련 법이 개정되면 해당 규제는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 자율주행 규제자유특구에 남겨진 과제는?
규제자유특구를 통한 정부 지원에 대해 윤경민 엠디이 이사는 “재정적 지원이 중소기업에는 새로운 혈액을 공급받는 것 같았다”며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정부가 기대하는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을 실현하려면 여전히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며 “미국 기업의 ‘조’ 단위 자본력과 비교했을 때, 100억원 단위의 국내 업체 지원금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