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교육부는 “의견 수렴을 거쳐 다음달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일단 학생·학부모가 선호하는 수도권 상위권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쏠림’이 심각하다고 보고 이들의 정시 확대부터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수도권 주요 대학이 워낙 학종 비율이 높아 균형감 있게 정시를 확대하는 방안을 당·정·청이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시 비중 확대는 이르면 현재 고1이 치르는 2022학년도 대입부터 가능하다. 다만 정시 비율 확대는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학종 개선 집중 교육부와 엇박자
전교조 “공교육 붕괴 우려” 비판
일부 보수단체 “당장 시행” 찬성
수험생·학부모 입시준비 혼란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밝힌 ‘정시 확대’는 교육부가 목표했던 ‘30% 이상 확대’와 동일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은 정부의 방침이 정시 확대라는 점을, 부총리는 ‘30% 이상’이란 목표를 단기간에 높이지 않을 것이란 점을 각각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국가교육회의의 공론화 결과에 따라 교육부는 2022 대입까지 정시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키로 했다.
교육계는 찬반양론으로 갈라졌다. 정시 확대를 주장해온 박소영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대표는 “대통령이 학부모의 정시 확대 요구에 이제라도 귀 기울여줘 다행”이라며 “내년 총선을 겨냥한 ‘보여주기’ 발언이 아니라면 당장 2021 대입부터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전교조는 논평을 통해 “지난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고 교육부도 정시 확대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음에도 대통령이 이를 언급한 게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다”고 비판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학종이 확대되던 10년 동안 ‘잠자는 교실’이 깨어나고 있었는데 다시 공교육이 붕괴하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학부모의 혼란도 커졌다. 중3 아들을 둔 김모(44·서울 노원구)씨는 “외고·자사고를 일괄 폐지하지는 않을 거라더니 금세 말이 바뀌고, 당분간 정시 확대는 없을 거라더니 또 달라졌다. 이제 정부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없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대통령의 발언이 교육 현장을 흔들고 있다는 점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한국교총의 조성철 대변인은 “정치에서 자유로워야 할 교육이 매번 정치에 휩쓸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천인성·전민희 기자 guch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