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있는 돈을 사이버머니로 충전해 사용한다. 그런데 사용자가 편의점에서 3200원을 결제하면 800원을 자동 인출해 지정 계좌에 저금해준다. 현금으로 결제하고 돌려받는 실제 잔돈(거스름돈)은 아니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최근 인기다. 토스카는 7월 출시 이후 3개월 만에 100만장이 발급됐다. 대형 카드사의 흥행 기준치인 ‘월 20만장’을 훌쩍 뛰어 넘었다.
2030 중심 ‘잔돈 금융’ 확산
1000원 미만, 3개월 쌓여 10만원
보험료 700원에 교통사고 보장
최소 5000원 P2P 금융 투자도
모바일금융·간편결제 보편화하고
경기 침체로 알뜰 재테크족 늘어
잔돈 금융은 크게는 금융과 투자, 보험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금융 분야에서는 토스카드처럼 일상에서 발생하는 잔돈을 모아 주식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가 인기다. 핀테크 업체인 티클은 개인 신용카드를 티클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하면 1000원 이하로 발생하는 잔돈을 모아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송금해준다. IBK기업은행은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마다 사용자가 미리 정한 금액이나 1만원 미만의 잔돈을 적금이나 펀드로 자동이체할 수 있는 상품을 선보였다. 웰컴저축은행도 이와 유사한 상품을 내놓았다. 잔돈 금융의 원조 미국에선 잔돈을 모아 학자금 대출 등 부채 상환을 해주는 핀테크 업체도 있다.
잔돈으로 해외 주식을 사거나 목돈이 필요한 사람·기업에게 투자할 수도 있다. 신한카드·신한금융투자는 신용카드 사용자가 카드를 결제할 때 생기는 잔돈을 모아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예컨대 사용자가 스타벅스에서 4600원짜리 커피를 사고 5000원을 결제하면 400원으로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소액 투자가 가능한 P2P금융 업체는 최소 투자 금액을 잔돈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피플펀드와 어니스트펀드는 최근 최소 투자 가능 금액을 10만원에서 1만원으로 조정했다. 렌딧의 최소 투자 금액은 5000원이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최소 투자 금액을 5000원으로 낮춰 학생은 물론 소득이 적은 2030세대도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보험시장에서도 잔돈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인슈어테크 업체인 보맵은 귀가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보장하는 월 보험료 700원짜리 상품을 최근 선보였다. 잔돈으로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이지만 강력범죄보상금·교통상해입원일당 지급 등 보장 내용이 나쁘지 않다. 삼성생명도 최근 월 보험료가 1090원에 불과한 교통상해보험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류준우 보맵 대표는 “자동차·여행자·반려견을 위한 맞춤형 보험 서비스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잔돈 금융의 부상은 무엇보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확산 등으로 모바일 금융서비스가 보편화하고, 핀테크·인슈어테크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덕분이다. 삼성생명의 교통상해보험만 해도 모바일 금융서비스 덕에 원가가 줄어 보험료를 끌어내릴 수 있었다. 경제가 저성장을 이어가면서 알뜰 재테크족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잔돈 금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모바일 금융 거래가 대세로 자리를 잡고 있고 잔돈 금융과 연계할 수 있는 간편결제 등 지급결제 시장이 급성장한 것도 잔돈 금융의 성장동력이다. 장명현 연구원은 “모바일 기기에는 익숙하지만 저축이나 투자 여력이 적은 2030세대를 위해 다양한 잔돈 금융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일·이창균 기자 obidiu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