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33)
위스키 숙성에 쓰는 오크통이 가지고 있던 다양한 풍미는 사용 횟수를 거치면서 점차 줄어든다. 그래서 오크통은 보통 세 번에서 네 번 정도 사용된다. 그러다 다시 풍미를 끌어올리기 위해 목재를 강한 불로 그을려 재사용한다. 하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는 법. 더 이상 사용이 불가능해진 오크통은 어디로 가는 걸까.
3~4회 사용후 용도 폐기
일본 위스키 제조사 산토리는 1970년대부터 오크통의 활용을 연구해왔다. 오크통을 만들려고 쓴 목재를 다시 펴는 기계도 개발했다. ‘타루모노가타리(오크통 이야기)’라는 브랜드를 통해 테이블·의자·인테리어 제품 등 약 150여 가지 상품을 팔고 있다. 전국 곳곳의 가구점은 물론, 온라인 주문도 가능하다. 오크통은 보통 목재의 4~5배 가격이라 가구가 비싸지만, 위스키 마니아나 환경을 중시하는 20대에게 인기다.
브랜드 협업도 늘고 있다. 발베니 증류소 목재는 미국 LA의 유명 신발회사 부츠의 밑창에 사용됐다. 1만5000 달러를 내는 소비자에게는 이 부츠와 LA행 왕복 비행기표, 발베니 위스키 테이스팅, 그리고 5성급 호텔 2박숙박권이 주어진다.
위스키 목재 시장 확대일로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해서도 위스키 목재가 사용된다. 영국의 골드 오크 리스토레이션사는 장애인이나 질병이 있는 아티스트들을 고용해, 오크통을 의자나 커피테이블 등으로 만든다. 고객은 펍과 호텔 등이며, 해외 수출도 모색 중이다.
회사 창업자인 로리 맥도널드는 건강상 문제로 일 구하기의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이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의 사업에 스코틀랜드 증류소들도 협조적이다. 영국의 한 은행은 얼마 전 이 회사에 2만 유로를 대출해줬다.
김대영 중앙일보 일본비즈팀 과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