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조현준 효성 회장은 탄소섬유에 향후 9년간 1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연 생산량 2000t 규모(1개 라인)인 공장을 2028년까지 12배 더 키워 연산 2만4000t(10개 라인)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효성은 투자 완료시 세계 최대 규모의 탄소섬유 설비를 보유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효성이 2000년대 초 탄소섬유 독자 개발에 착수해 현재까지 약 3200억 원을 투자한 점을 고려하면 1조원은 효성 내 역대 최대 규모 투자다.
조 회장은 “효성은 탄소섬유의 미래 가치에 주목해 독자적인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며 “탄소섬유를 더욱 키워 ‘소재강국 대한민국’ 건설에 한 축을 담당하겠다“고 말했다. 효성 측은 1조원 투자가 완료되면 글로벌 시장 내 효성의 점유율이 현재 세계 11위(시장점유율 2%)에서 3위(10%)로 올라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현재 400명 수준인 탄소섬유 공장 일자리도 2300개 이상 새로 추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 정부가 미래 성장 전략으로 꼽은 ‘수소경제’도 탄소섬유와 밀접하다. 정부는 올해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경제적ㆍ산업적으로 전ㆍ후방 파급효과가 큰 수소를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수소를 원료로 하는 수소차를 지난해 1800대 수준에서 2022년까지 약 8만1000대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내놨다. 탄소섬유는 수소차의 에너지원인 수소를 안전하게 연료탱크에 저장해 수송하고 이용하는 데 필수적인 소재다. 플라스틱 재질인 수소연료탱크가 일반 공기보다 수백배 높은 고압을 견디려면 탄소섬유로 탱크 겉면을 감싸야 하기 때문이다. 2030년까지 수소연료탱크용 탄소섬유 시장은 현재보다 12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효성은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조성한 탄소섬유 민관 협력 체제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서 효성과 전라북도, 전주시는 ’(생산라인)신규 증설 및 투자지원을 위한 협약식‘을 맺었고, 산업통상자원부ㆍ효성ㆍ일진복합소재ㆍKAI 등은 탄소소재 관련 기업 간 공동 테스트 등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얼라이언스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효성은 또 다른 신소재 개발에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조현준 회장은 이날 ”소재부터 생산 공정까지 독자 개발해 경쟁사를 앞서겠다는 기술적 고집으로 스판덱스ㆍ타이어코드 같은 세계 1위 소재를 개발해왔다“며 ”또 다른 소재 사업을 위해 계속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