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증상은 더 심각하다. 정부는 취업자가 30만 명 가까이 늘어난 걸 자랑하지만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30~40대는 줄고 50대 이상만 많이 늘어났다. 정부가 뿌린 일자리 예산의 효과다. 제조업 취업자는 16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30~40대 제조업 취업자’라는 우리 경제의 핵심 동력이 지속해서 약화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성장률을 비롯한 주요 경제지표가 바닥을 기면서 국민의 소비 여력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근로자 1인당 평균 대출금은 1년 전보다 7.4% 늘어났다. 소득 증가율(3.6%)의 두배다. 8개월째 줄어든 수출 상황을 고려하면 올해 사정은 더 안 좋아질 게 뻔하다.
실업·환율 등 사방이 난리인데
광복절 기념사에도 장밋빛 전망
보편적 정서에 맞는 시각 필요
물론 우리 경제력만 보면 긍정적 측면도 있다. 4000억 달러를 훌쩍 넘는 외환보유액, 낮은 단기외채 비율과 신용부도 스와프 수준, 7년간 지속하고 있는 무역수지 흑자 등 겉보기엔 안심할 지표가 적지 않다. 하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위기 경보가 끝없이 울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 9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도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3%로 내리고 “정부가 장기적인 재정 건전성 관리에 나서지 않으면 지금의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한 게 그 예다. 수출 감소로 생산이 줄고, 근로자 소득도 감소하는 악순환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데도 정부 대응에선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증시가 급락하면 공매도 규제를 검토하고, 일본의 무역규제가 문제가 되면 주 52시간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등 임기응변식 대책뿐이다. 얼마 전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제2의 외환위기가 온다는 주장은 잘못된 정보에 기초한 판단”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금융 불안에 대한 기자의 질문을 받고 “구체적으로 어때서 불안하다는 것이냐”고 반문하기까지 했다. 현실 인식에 대한 괴리가 국민과 너무 크다. 국민이 혼란스럽고 불안하다면 정부는 ‘그 이유는 뭐고 해법은 이렇다’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뜻이 모여 위기 대처가 쉬워진다.
정부는 이제라도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보는 외눈박이를 벗어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보편타당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경제적으로도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라는 문 대통령의 다짐이 현실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