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배우는 생존 이치
그런데 예닐곱에서 열 마리 남짓한 무리 중 한 마리는 대체로 나무 밑동 땅바닥에서 잠을 청한다.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 수컷 고릴라다. 왜 가장 높은 우두머리가 안전한 곳을 마다하고 땅바닥에서 잘까? 대장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장은 무리의 암컷들과 짝짓기하는 우선권을 가지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지만 이런 특혜는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다. 구성원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의무를 다할 때 누릴 수 있다.
땅바닥서 자며 무리의 안전 지켜
위기 외면한 라이언킹은 바로 퇴출
카이사르는 방어선 위태로운 곳에
눈에 잘 띄는 백마 타고 가서 구해
가슴 쿵쿵 치며 “다가오지 마” 신호
왜 이런 위험과 맞설까? 구성원의 안전을 지켜주지 않으면 무리가 하나둘 떠나버리기 때문이다.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데 왜 남아있겠는가? 무리가 없는 대장이란 있을 수 없는 법, 대장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자격을 가졌음을 능력으로 입증해야 한다.
사회적 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동물의 왕국에서 이런 일은 기본이다. 요즘 다큐멘터리 같은 생생한 화면으로 상영되고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에 나오는 사자 무리의 ‘킹’들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자들이 영역을 침범하거나 공격해 왔을 때 앞장 서 위기를 해결하지 않으면 곧 퇴출되고 만다.
외부의 공격만이 위기는 아니다. 건기가 되면 먹을 게 귀해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거대한 버팔로나 코끼리를 사냥해야 하는데, 작은 덩치의 암컷들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이럴 때도 보스(들)가 나서 위기를 적극적으로 해결한다. 좀 더 조직력 있게 살아가는 늑대와 리카온(아프리카 들개) 무리는 말할 것도 없다.
우리라고 다를까? 로마의 카이사르는 지금의 서유럽인 갈리아 지역에서 예상을 깨고 승승장구했다. 비결 중 하나는 위기 때마다 앞장 서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전투 중 어느 한 쪽이 밀려 방어선이 붕괴되겠다 싶으면 그는 그때마다 백마를 타고 그곳으로 달려갔다.
얼핏 생각하면 멋진 장면 같지만 사실 이것보다 위험천만한 일이 없다. 붉은 망토를 걸치고 백마를 탄 사령관은 아군은 물론 적군에게도 한눈에 띄기에 좋은 표적이 된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기울어져 가는 전황을 순식간에 바꿔 놓곤 했다.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달려온 사령관을 어떻게 화살받이로 만들 수가 있겠는가? 병사들은 죽을 힘을 다해 싸웠고, 그러다 보니 전세를 역전시키며 승리할 수 있었다.
자연에서나 인간 세계에서나 자신이 이끄는 집단이 위기를 맞았을 때, 리더들이 반드시 해야 하는 세 가지 기본 역할이 있다.
안팎으로 흔들릴 때 존재 가치 입증
먼저, 위기(현실)를 인정해야 한다. 위기라는 걸 인정해야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최근 각국의 위기 사례를 다룬 책 을 쓴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한 말이 있다. “지도자들이 자국의 문제를 정직하게 평가하지 않으면 위기가 악화된다.”
둘째, 자신이 어디에 있어야 할지 알아야 한다. 고릴라와 사자 무리의 대장처럼, 그리고 카이사르처럼 말이다. 심지어 도둑을 이끌 때도 그렇다. 큰 도둑 도척은 도둑의 우두머리가 가져야 할 다섯 가지 도(道)를 말하면서, 가장 먼저 들어가고, 가장 나중에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리더라는 존재와 위치는 그 자체가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요즘 흔히 쓰이는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져야 할 때 빠지는 것)’는 옛날부터 리더의 필수 덕목이었다.
마지막으로 리더는 집단과 구성원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케네디가 미국 대통령이던 시절 한 아이가 물었다. “어떻게 대통령이 되셨어요?” 답변이 케네디다웠다. “위기가 나를 찾아왔거든.” 리더에게는 안팎으로 세상이 흔들릴 때야 말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입증할 기회다. 위기를 피하기만 해서는 리더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