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의 유산 ⑨ 인도네시아 코모도
인도네시아 1만7508개 섬 중 가장 독특
공룡 같은 왕도마뱀 1700마리 서식
보호 위해 내년 1년간 섬 통째 폐쇄
흰 모래섬 등 감싼 바닷속은 수족관
스노클링 중엔 5m 가오리와 인사도
섬에 들어가자마자 그늘에서 쉬고 있는 녀석이 보였다. 가이드 셰르바가 “배가 불룩한 게 금방 사슴 같은 큰 동물을 먹은 것 같다”며 “한 달에 한 번꼴 폭식을 하고 굶는다”고 말했다.
수컷은 3m, 암컷은 1.8m까지 자란다. 몸무게는 평균 90㎏인데, 사슴·멧돼지·버펄로를 먹으면 체중이 곱절이 된다. 이따금 저희끼리 잡아먹기도 한다. 평균 수명은 50년이다. 사냥법이 잔인하다. 뱀처럼 입을 크게 벌려 먹이를 산 채로 삼키진 않는다. 대신 이빨로 꽉 깨문다. 이때 입에서 독이 나온다. 대부분 24시간 이내에 죽는다. 먹잇감이 완전히 죽거나 사경을 헤맬 때 천천히 뜯어 먹는다. 섬 곳곳에 버펄로와 사슴 뼈가 흩어져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섬 폐쇄를 결정한 계기가 있다. 지난 3월 밀렵꾼 일당이 왕도마뱀 41마리를 해외로 빼돌리려다 붙잡혔다. 국립공원이 속한 ‘누사 텡가라 티모르 주’ 주지사가 중앙정부에 섬 폐쇄를 제안했고 조코위 대통령이 받아들였다. 폐쇄 기간 동안 왕도마뱀 개체 수 회복을 위한 환경 정비가 이뤄질 예정이다. 코모도 이외의 섬 출입은 가능하다.
핑크 비치는 포토샵이 아니었네
국립공원에는 가장 큰 섬 코모도 말고 매력적인 섬이 많다. 코모도 다음으로 왕도마뱀이 많이 사는 린짜(Rinca) 섬과 트레킹 명소로 통하는 파다르(Padar) 섬이 대표적이다.
핑크 비치. 인터넷에서 사진으로 본 터였다. 대부분 과하게 보정한 사진 같았다. 그러나 ‘사기’가 아니었다. 맨눈으로 보니 옥빛 바다와 극렬한 색 대비를 이뤄 사진보다 더 진한 분홍빛을 띠었다. 손으로 모래 한 줌 집었다. 밀가루 같은 흰 모래에 빨간 알갱이가 섞여 있었다. 붉은 산호가 죽어 으깨진 거란다.
코모도의 상징은 왕도마뱀이지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동물이 많다. 바다거북, 만타 가오리, 듀공 같은 녀석들이다. 모두 바다에 들어가야만 만날 수 있다. 코모도 바다에는 물고기 1000여 종, 산호 260여종이 산다. 전 세계 스쿠버다이버가 몰려드는 이유다.
바다거북, 만타 가오리 등도 반겨
두 번째는 ‘만타 포인트’로 불리는 마카사르 리프(Makassar reef)였다. 길이 5m, 몸무게가 1t이 넘는 초대형 가오리 ‘만타’가 자주 출몰한다는 지역이다. 비키 설명대로 조류가 사나웠다. 다리를 휘젓지 않아도 몸이 조류를 따라 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공포와 쾌감이 교차했다. 40분간 바다를 헤맸으나 만타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초록거북을 봤다. 마지막 포인트는 타타와베사르(Tatawa besar). 이만큼 화려한 산호와 물고기를 본 적이 없었다. 5월의 식물원을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엉뚱하게도 이튿날 스노클링을 하다 만타를 만났다. 가이드 말을 듣고 마스크만 쓰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집채만 한 가오리 6마리가 수면 가까이 올라와 날갯짓하듯이 유영하는 모습을 봤다. 호기심 많은 녀석들은 사람을 경계하지 않았다. 한참을 어울려 놀았다.
인도네시아 조코위 대통령이 코모도 국립공원과 라부안바조를 ‘제2의 발리’로 키우겠다는 이유를 알 만했다. 2020년 라부안바조에는 국제공항이 들어설 예정이다. 코모도가 발리처럼 복작대기 전, 서둘러 다녀와 다행이었다.
여행정보
코모도는 한국보다 1시간 느리다. 7~9월은 건기로, 한국의 여름보다 선선하다. 한국에서 직항편이 없다. 인천~발리~라부안바조 노선이 편하다. 국립공원 탐방은 현지 여행사를 이용한다. 이번에는‘알렉산드리아(Alexandria) 크루즈’를 이용했다. 주요 섬 관광과 스노클링을 포함해 14만원. 라부안바조에만 40여 개 스쿠버다이빙 업체가 있다. 이번에는 아이다이브(idive)를 이용했다. 펀 다이빙 1일 3회 15만원(다이빙 자격증 소지자 기준). 취재 협조=한·아세안센터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