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후계자 없어 문 닫으면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

중앙일보

입력 2019.06.29 00:20

수정 2019.06.29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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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케 스구루

“기업은 후계자 없이 기술 경쟁력을 이어갈 수 없다.” 미야케 스구루(三宅卓 ·사진) ‘니혼M&A센터’ 대표는 최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후계자 부재 등으로 기업이 문을 닫으면 종업원들은 설 자리를 잃고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인수·합병(M&A)을 통해서라도 기업을 존속시키고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니혼M&A센터는 일본의 최대 중소·중견기업 M&A 전문 회사다. 일본 경제의 버블붕괴가 시작된 1991년 창업해 ‘단카이(團塊)’ 세대 창업자들의 은퇴가 본격화한 2000년대 급성장했다. 도쿄증시1부 상장사로, 시가총액은 4288억 엔(약 4조6341억원)에 이른다.
 
미야케 대표의 말마따나 최근 일본 중소·중견기업들은 심각한 후계자 부재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대기업에 취업한 창업자의 고학력 자녀들이 고된 제조 업체를 물려받지 않으려 해서다. 여기에 상속세 세율이 최고 55%에 이르고, 저출산·고령화로 직원 채용까지 어려워져 가업을 승계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일본의 민간시장조사 업체 제국데이터뱅크(TDB)에 따르면 일본 중소기업의 후계자 부재율은 66%(2017년 기준)다. 2025년에는 일본 기업의 3분의 1에 이르는 127만 개가 폐업 리스크에 직면할 전망이다. 일본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수많은 일자리도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미야케 대표는 “지방 소도시뿐만 아니라 가나가와현 같은 수도권 공업지역에서도 회사를 팔려는 기업인이 많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일본 M&A 중개회사 미야케 대표
일 중소기업 66% 후계자 없어
수도권 흑자 회사도 매각 고려
M&A 통한 기업 구조조정 필요

문제는 매각을 고려하는 대부분의 기업이 현재 돈을 잘 벌고 있는 흑자 기업이라는 점이다. 흑자여야 회사를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어서다. 적자 기업의 경우 차입금 상환 부담 때문에 매각이나 폐업이 어렵다. 미야케 대표는 “당장 돈을 벌고 있는 흑자 기업은 폐업을 할 수도 없으니, 매각을 고려하게 된다”며 “현재 매각 의사를 밝힌 기업 중 50%가 제조업이며, M&A 대부분이 일본 국내 자본으로 성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야케 대표는 M&A를 통한 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인구 감소와 후계자 부재 등 구조적 변화는 피할 수 없으니,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업끼리 합병해 기술력을 유지하는 한편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M&A로 규모를 키우는 게 일본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일본은 기술 개발과 마케팅의 본거지가 되고, 노동력과 시장은 싱가포르·베트남·인도네이사·말레이시아·태국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재정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한국 기업도 일본 기업 인수로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며 “다만 비용 감축이나 인적 구조조정 등을 단행할 곳보다는 피인수 회사 임직원의 행복을 지향하는 한편, 새로운 비즈니스에 뛰어들려는 인수 후보자를 찾는다”고 덧붙였다.
 
도쿄=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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