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 76㎡형 연초 14억 → 17억 호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월 1447건으로 쪼그라들었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월 2266건(이하 계약일 기준), 4월 2804건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5월 거래량은 6월 14일 현재 1761건이 신고됐다. 이 추세라면 3000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의 ‘집값 바닥론’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매수세의 증가는 일반적으로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특히 9·13 대책 이후 상대적으로 가격이 더 많이 내린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가 집중적으로 팔렸다. 급매물이 빠지면서 재건축 아파트값은 오름세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6㎡형(이하 전용면적)은 연초 14억원으로 내렸지만 지난달 16억4000만원에 팔렸고, 지금은 17억원을 호가한다.
서울 아파트값 30주 만에 오름세로
매매량 3월 2266건 → 4월 2804건
규제 탓 거래절벽 기저효과 분석도
대출 묶여 사고 싶어도 살 수 없어
금리 인하, 토지 보상금이 변수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집값이 바닥을 다지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해석이 많다. 재건축 아파트값이 오른 건 9·13 대책 이후 매수세가 뚝 끊기면서 호가가 급락한 데 따른 기술적 반등이라는 설명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식시장의 낙폭 과대주가 팔린 것과 같은 맥락으로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주택시장 악재로 꼽히던 ‘금리 인상’과 ‘주택 공급’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 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컸지만 올 들어 경기가 위축하면서 최근에는 인하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3기 신도시 역시 서울 집값을 잡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되레 서울의 주택 부족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만 심어주는 꼴이 됐다는 평가다.
가격 불안해지면 정부선 추가 규제
지난해에는 대출 받아 집을 사서 임대사업 등록을 하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유주택자가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계속 집을 사들였다. 하지만 지금은 대출도 안되고, 임대사업 등록을 해도 혜택이 없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은 “겹겹의 규제가 견고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집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7·9월에 재산세, 12월에 종합부동산세가 나오면 늘어난 보유세를 체감하면서 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택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면 정부가 추가 규제를 검토한다는 방침이어서 가격 상승 동력도 크지 않다.
다만 금리가 내리고 수조원대의 공공택지·사회간접시설 토지 보상금이 풀리면 주택시장이 돌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급속히 늘고 있는 시중 유동자금(부동자금)도 언제든 주택시장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 한국은행·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부동자금은 982조126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5조원가량 증가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추경 이후 하반기 국내 경기 회복 여부 등이 주택시장에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