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내놓은 새 앨범 ‘아베크 피아노(Avec Piano)’ 역시 연주앨범이다. 그는 마이크 앞에서 노래하는 대신 피아노 앞에서 연주하는 방식을 택했고, 곡에 따라 바이올린ㆍ비올라ㆍ첼로ㆍ클라리넷 등이 더해졌다. 프랑스어 제목 그대로 ‘피아노와 함께’ 하는 앨범인 셈이다.
피아노 연주앨범 ‘아베크 피아노’ 발표
‘르 쁘띠 피아노’ 잇는 3부작 연작 앨범
소속사 대표이자 후배 가수 유희열
“형은 피아노 칠 때 가장 멋있다” 격려
“하루 3~4시간 자도 음악 만드니 행복”
3년간 진행하던 KBS 라디오 ‘정재형 문희준의 즐거운 생활’ DJ 자리도 내려놓고, 지난해 봄 일본 가마쿠라로 떠났다. 3주간 그곳에 머무르며 앨범의 실마리를 잡아갔다. “처음엔 너무 산중이라 무섭더라고요. 그런데 점점 자연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 충만한 기운이 느껴지면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서핑 마니아로도 유명한 그는 “파도를 보면서 인생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얼핏 보면 잔잔한 것 같지만, 그 안에 들어가서 보면 굉장히 클 때도 있다. 그 속에서 남들한테 말하지 못하는 슬픔과 버거움 등이 씻겨나가기도 한다”다고 밝혔다.
서울대 교수인 백주영 바이올리니스트와 함께 연주한 타이틀곡 ‘라 메르(La Mer)’는 이런 바다의 양면성이 담겨 있다. 서울시향 수석 첼리스트 심준호와 함께한 ‘미스트랄(Mistral)’이나 백주영ㆍ심준호 등 세 사람이 협연한 ‘르 몽(Le Mont)’의 정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곡명은 프랑스어로 각각 바다, 바람, 산을 뜻한다. 서울시향 클라리넷 수석 임상우와 합을 맞춘 ‘그곳, 아침에서’까지 전체 8곡 중 4곡이 이 작업여행에서 쏟아져 나왔다.
“예능 덕분에 음악적 시선 넓어져”
1997년 ‘마리아와 여인숙’을 시작으로 영화 OST 작업을 시작한 정재형은 처음 도전하는 뮤지컬에 대한 애정도 상당했던 터였다. 그는 “방대한 서사를 2시간으로 압축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고 뮤지컬은 영화와는 또 다르게 많은 사람과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힘이 필요한 작업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기회가 되면 꼭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데뷔 이후 프랑스 유학 갔던 이유는
KBS2 ‘불후의 명곡’ 등 예능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그는 “그전에는 내가 생각하는 틀 안에서 음악을 깊게 바라봤다면, 다양한 출연진을 보면서 음악을 바라보는 시선이 넓어졌다”며 “음악을 만들 때는 완벽해지고 싶어서 스스로 많이 괴롭히는 편이지만 예능인으로서 행보는 좀 더 가볍게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그가 현재 가요계에서 대중음악과 클래식을 접목한 ‘제2의 베이시스’로 꼽는 팀은 누굴까. “요즘은 다 잘하는 것 같아요. JTBC ‘슈퍼밴드’를 보면 바이올린이나 첼로 하는 친구들도 나오고, 정승환ㆍ샘킴ㆍ이진아 같은 안테나 친구들을 봐도 각자 다른 스타일로 넓혀 나가고 있잖아요. 저는 뭐가 맞고 틀린 건지 잘 모르겠어서 심사위원은 못 할 것 같고, 클래식 악기를 가지고 국내 골목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하는 예능 프로는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저에게 예능은 음악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돕는 매개체니까요.”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