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위기 속 ‘반도체 기회’
산업혁명 이래로 소품종 대량생산을 하던 시대에는 생활을 공산품에 맞춰야 했다. 제대로 동작하게 할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은 기술자로 대접받았다. 더 복잡하고 뛰어난 기술을 자랑하는, 스위치가 많이 달린 기계를 만들어 내는 회사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십여 년 전부터 스마트폰 보급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변화가 찾아왔다.
왜 비메모리인가
모든 전자 기기에 초소형 컴퓨터
빅데이터·AI로 내 생각·행동 예측
5G 시대 인력 육성, 기술 투자를
주변의 기계가 데이터를 축적하고 전송하는 것,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내 생각을 알아주고 행동하는 기계를 만들어 내는 것은 복잡한 일이다. 나는 내 멋대로 행동하지만 기계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맞춰내야 한다. 전 세계 사람들의 데이터를 모아서 내 행동을 예측해야 하고, 또 나만의 특이한 행동을 배워서 내 입맛에 맞춰야 한다. 이런 기능에는 많은 데이터와 계산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에 고성능 데스크탑 컴퓨터를 달 수는 없다. 너무 비싸고 전기도 많이 쓴다. 많은 데이터를 처리해 저장했다 전송할 수 있는 작고 효율적인 컴퓨터를 만들어 냉장고에도 붙이고, 세탁기에도 붙여야 한다. 반도체 칩 한두 개에 프로세서와 메모리, 통신 모뎀 기능을 모두 담은 작은 컴퓨터, 즉 시스템반도체가 필요한 것이다. 이를 통해 얻은 대량의 디지털 데이터는 내게도, 기업에게도, 국가에게도 경쟁력이 된다.
빅데이터와 이를 이용한 인공지능이 글로벌 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세상에서 데이터를 처리하고 생산할 수 있는 지능형 기기의 보급을 서두르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1㎢마다 100만 개의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5G 통신이 보급될수록 시스템반도체가 내장된 기기는 더 고도화된 지식을 창출하는 근원이 될 것이다. 누가 이 가치를 무시할 수 있을까. 비메모리,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인력 육성과 기술 투자가 우리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먹거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서효중 가톨릭대 컴퓨터정보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