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동시에 서울시 산하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지원사업이 일대 분란에 휩싸였다. 신임 김종휘 원장 취임 이후 사업을 재정비하며 연극 등 180억원 규모의 예술지원사업 공모 결과 발표를 한차례 연기한 게 사달이 났다. 재단은 조직개편 등에 따른 업무폭주를 이유로 밝혔다. 그러나 지원 없이는 작품 제작은 물론이고 생계까지 걱정해야 하는 예술가들을 사지로 내몰고, 예정된 대관 신청이 취소돼 예술생태계가 무너진다는 반발이 거셌다. ‘기승전-시민과 함께’를 외치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공성을 위해 예술성을 희생시킨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시민문화사업을 중시하는 서울시가 전통적인 순수예술지원을 줄여가는 수순이라 본 것이다. 재단은 서둘러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화운동가 손이상은 “고급예술을 주로 지원하던 정책 방향이 생활문화 지원으로 급격히 바뀐 데서 오는 반발”이라고 평했다.
시민의 예술적 삶을 위한 공적 지원
예술가의 직업 보장 수단일 수 없어
예술지원은 문화행정의 중심이며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왜, 무엇을 위해 예술지원을 하느냐란 원칙에 대한 끊임없는 환기다. 당대 예술의 역할과 존재방식에 대한 질문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그저 익숙한 장르 별로, 잡음을 최소화하는 ‘균등배분’이 최선일 수 없다.
서울문화재단에는 (개인)창작작업실·연습실 지원프로그램이 있다. 6개월 임차료를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월 임차료가 200만원이라면 6개월분 1200만원 중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하는 식이다. 미술평론가 임근준은 “예술가가 무슨 특권층도 아니고, 서울시 예산으로 예술가 개인의 작업실 임차료를 내준다는 게 말이 되는가. 수혜자 가운데 경제적 어려움과 거리 있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뒷말이 무성하다”고 비판했다. “서울문화재단은 예술가복지재단이 아니다. 창작지원에 초점을 맞추는 게 옳다”고도 덧붙였다.
비록 소수라 하더라도 예술지원이 예술가들을 지원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로 만든다면, 그것은 예술의 자율성을 갉아먹는 독이자 예술에 대한 모독이다. 예술가를 ‘구제’의 대상쯤으로 여기게 하기 때문이다. 예술지원은 우리 문화예술의 질을 끌어올리고 시민이 그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지, 예술가의 직업 보장 수단이 아니다. 지원금은 제대로 쓰일 곳에, 잘 쓰여야 한다.
양성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