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는 이미 에베레스트 산정에 오르는 과정을 자기 스마트폰으로 생중계하는 이들까지 있다. 그 이면에는 사망자가 속출하는 비보가 전해진다. 그 높은 곳에 올라가 통행이 지체되면서 숨쉬기가 힘들어 죽어가는 사람들. 전쟁터도 아닌데 시체를 넘고 넘어 전진해야 하는 일도 벌어진다.
에베레스트 정상 병목현상 상징적
‘더 높이, 더 멀리’ 인류의 꿈 실현
그러나 내려오는 것도 산행의 과정
정상은 끝이라는 생각이 행복 방해
여러 갈래 길이 놓여 있다. 우선순위를 말할 수는 있어도 한 갈래 길만 옳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 지나친 욕심으로 속도를 낼 것도 없겠다. 때로는 돌아가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음은 살면서 누구나 경험하게 된다. 내 길만 옳다는 집착이 행복을 가로막는다.
방송을 통해 접한 남선우 대한산악연맹 등산교육원장의 충고가 이 시대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해 여기에 옮겨 놓는다. 정상은 종착점이 아니라 반환점이라고 했다. 올라갈 때 60%의 에너지를 쓴다면 내려갈 길에 40%의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내려오는 것도 분명히 산행이라는 그의 지적은 울림이 크다. 그런 점에서 등산이란 말은 산행의 모든 과정을 포괄하는 용어가 아니다. 올라갈 줄만 알고 내려올 줄은 잘 모르는 게 행복을 방해하는 또 하나의 요인인 듯하다.
정상이 끝이 아니라 계속되는 삶의 일부라는 생각이 필요할 것 같다. 경제성장 한 번 했다고 더는 경제성장 안 해도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민주화라는 에베레스트도 마찬가지다. 민주화 이후에도 민주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양극화도 마찬가지며, 통일이 된다 해도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통일의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영화감독 봉준호가 칸영화제라는 에베레스트에 올랐다. 만 12세부터 꿔온 꿈이라고 한다. 개봉일을 기다려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을 보니 봉 감독도 행복을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보아 정상에 오르기 위한 작품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 정상에 올랐으니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에베레스트 이후’를 연출해보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 보고 싶다.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