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46)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연달아 있고 스승의 날이 있다. 나들이 가기에 가장 좋은 달이다. 꽃 피고 나뭇잎이 푸르러지니 농사짓기에도 참 좋다. 해 질 무렵에는 가족 생각이 난다. 무얼 같이 해 먹을까 즐거운 고민도 한다.
어버이날 잔치는 농촌의 3대 행사
지금 농촌은 노인 아들이 노인 부모를 모시는 ‘노노케어(老老care)’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가총인구의 14%를 넘어선 고령사회다. 그러나 농촌은 젊은이들이 대거 빠져나가서 노인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라고 볼 수 있다. 몇몇 지자체는 65세 인구 비중이 50%를 넘는다. 읍면 단위로 가면 그 비중이 80%에 달하는 곳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농촌에서는 60대는 노인 축에도 못 낀다. 50대는 청년 취급하며 돌도 씹어 먹을 나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농촌에선 65세 이하는 청년회에서 활동하고 70대 이상만 노인회에 가입이 된다. 노인회장으로 입후보하려면 최소 75세는 되어야 한다. 그러니 70대 초반은 노인회에서 막내 취급을 받으며 형님들을 위해 커피믹스를 탄다.
요즈음 귀농·귀촌은 농촌에서 새로운 삶을 살려는 이유도 있지만 연로한 부모를 모시기 위한 경우도 많다. 부모를 요양병원이나 실버타운에 모시기 어렵기 때문에 귀촌하기도 한다. 노인에게 요양원이란 들어가면 죽어야만 나오는 곳으로 인식돼 있다. 이러니 불편해도 집에서 모시게 된다. 어떤 부모는 상속을 미끼로 집에 들어와 같이 살자고 요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농촌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삶이 녹록지 않아 오랜 시간 농촌에서 살아온 부모의 도움을 받게 된다. 시골 생활을 안 해본 자식의 삶을 부모가 거꾸로 거들어 주는 셈이다. 자식들이 뭘 먹고 뭘 입는지 궁금해하고 하나라도 더 먹이려는 게 부모다. 어쨌든 부모라는 멘토를 두고 하나하나 익히는 것이야말로 농촌 생활 정착에 좋은 방법이다. 부모는 멘토가 되고 자식은 부모의 손과 다리가 되어 이것저것 돕고, 여기저기 모셔다드리는 모습은 보기에도 좋다.
도시보다 일하는 어르신의 비중이 높은 농촌이니 어르신을 위한 복지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확실히 노인이 많이 살다 보니 노인 대상으로 특화한 복지제도나 시설이 들어서 있긴 하다. 이동식 목욕차량이나 100원 택시가 대표적이다. 노인복지관도 잘 돌아가고 있고, 경로당과 노인회관은 노인들의 커뮤니티 역할을 한다. 물론 노인을 위한 의료 복지 서비스가 더 개발되어야 하는 것은 숙제다.
점점 학력과 지적 욕구가 높아 지역 사회에 무언가 기여하고 싶은 실버계층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다. 이들이 지역 사회에 봉사할 기회를 늘리고 문화적·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도 나와야 한다. 노인은 걸어 다니는 도서관이라고도 부른다. 노인의 다채로운 지식과 경험을 청년들에게 전수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 청년들에게 무언가를 전수한 만큼 노인을 지원하는 제도 도입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농촌의 엄마들도 자기 인생 찾아야
얼마 전에 농촌의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했다는 어느 전직 교장 선생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평생 한 번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준 사람이 없었다며 교장 선생을 붙잡고 울며 좋아하더란다. 새삼스레 자신을 돌보지 않고 평생 헌신만 하며 살아온 우리 농촌 할머니들에 대한 미안함이 느껴진다.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