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원의 경제 안테나
노동시장 제도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은 제도 설계의 취지와 입법 의도를 고려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임금의 법률적 하한인 최저임금을 기업의 지불능력 수준까지 요구하는 것이나, ‘주휴일’의 최저임금 산정 기준시간 포함 여부에 대해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제도에 대한 몰이해에 기인한다.
1주일에 최소 1일 유급휴일 보장
노동시간 줄고 임금 오르며 논란
최저임금 인상 상쇄할 목적 안 돼
통상임금 체계와 연계해 개편해야
근로자 소득감소 보완책도 필수
주휴일은 과거 주6일 근무하던 시절, 일주일에 적어도 하루는 일을 시키지 말라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주휴수당은 근로자의 생계보장을 위해 주휴일 분의 임금도 사용자가 지급하라는 법의 요구였다. 예컨대 하루치 임금이 노동력의 단순재생산(‘하루 벌어 하루 살기’)에 필요한 최소 수준일 때 일 없이 쉬는 날에도 임금을 지급해야 노동력이 재생산될 수 있다는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주휴수당 제도는 최저임금과 통상임금 수준이 낮았던 시절에는 잡음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기준임금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지불능력과 충돌하기 시작했다. 근로자들의 생계와 노동력의 안정적 재생산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형 취지’와 임금의 지급 기준을 설정하는 제도로서의 ‘도구적 취지’가 충돌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듯 제도 간 충돌, 제도 내 상충이 발생하는 경우 당초의 법률 목적과 입법 취지가 여전히 유효한지, 의도하지 않았던 부작용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주휴수당은 제도 설계의 취지와 입법 목적에서 벗어나 있다. 제도 개선을 모색할 때가 됐다. 무엇보다 글로벌 기준에서 임금 구성의 요소를 법률로 규율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은 아니다. 특히 기업의 인사관리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개편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더라도 주휴수당 제도 변경의 방향이나 목적을 근로자 임금 수준의 하향에 둬서는 곤란하며,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특히 현재 논란이 되는 바와 같이 주휴수당 제도 개편을 ‘수단’으로 고려해 최저임금·통상임금 인상의 효과를 상쇄하기 위한 목적에서 논의하는 것은 이해관계자 사이의 갈등만 양산할 뿐이다. 주휴수당의 생활안정 목적이 여전히 필요한 근로계층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휴수당 제도 개편은 임금 체계의 개선과 연계해야 한다. 현재 복잡하게 설정돼 있는 수당·임금 항목을 기본급과 성과급으로 단순화하고, 기본급 설정의 기준을 직무·역할·역량 등으로 재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한 전제로서 주휴수당을 기본급 체계 내로 포섭해 조정에 따른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즉, 주휴수당을 근로기준법에서 삭제하되 기존 근로자의 ‘주휴수당 권리’가 임금체계 내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재편해야 한다.
아울러 제도 개편 과정에서 불이익이 초래될 수 있는 업종 또는 사업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완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저임금 사업장 종사자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과 주휴수당 폐지가 동시에 진행되면 급격한 소득 감소가 불가피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정법 시행예고 기간을 길게 두거나, 적용 유예기간을 설정해 노사에게 임금 체계 및 임금 수준의 자율적 조정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좋다. 임금채권의 소멸시효가 3년인 점을 고려하면, 제도 시행을 위해 최소 3년의 시행 예고기간을 두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