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인기 정책에도 터키 집권당은 지방선거에서 앙카라와 이스탄불 시장을 야당에 내줬다. 경제 문제도 여전하다. 15년째 집권 중이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중심제 개헌을 통해 30년 집권의 길을 열었다. 하지만 2년째 구금 중인 미국인 목사 석방문제로 지난해 8월 미국이 관세 인상 등 제재에 나서면서 경기침체가 시작됐다. 리라화 가치는 1년 새 40% 떨어졌고 지난해 하반기에는 10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올해 들어서도 물가는 20% 가까이 올랐고, 올 1월 실업률은 14.7%에 달했다. 17일(현지시간)에는 터키 중앙은행의 순외환보유액이 281억 달러이고, 통화 스와프를 통한 단기 차입금을 제외하면 160억 달러에 불과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리라화 가치는 6개월 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통화위기 재발 우려도 나온다.
물가 오른다고 ‘반값 채소’ 공급
터키, 엉뚱한 ‘투기와의 전쟁’
경제를 선악으로 나누면 곤란
부동산 가격 상승은 일부 투기꾼의 농간 탓이고, 소득을 늘리면 소비가 활성화되어 경제가 성장한다고 우리 정부는 주장한다. 투기를 막기 위해 세금을 올리고 대출을 조이면 당장 수요가 줄어 값이 내려갈 수 있지만, 공급도 줄어 중장기적으로 상승할 수도 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소득이 늘어 경기가 활성화할 수 있지만,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늘어나 국가 전체 소득은 오히려 줄 수도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선택의 문제라고 가르친다. 한편으로는(in one hand) 기대대로 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on the other hand) 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괜히 “외팔이(one handed) 경제학자는 없느냐”고 역정을 낸 것이 아니다. 하지만 부동산세를 올리고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을 ‘정의롭다’고 평가하고, 반대하는 것을 ‘적폐’라고 부른다면 이코노미를 ‘다스리고 구제하는’ 시각에서만 보는 것이다. 경기 침체를 ‘먹거리 테러리스트와의 전쟁’으로 풀려 드는 터키의 모습과 다를 게 무엇인가.
김창우 기획취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