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저격수’ 김상조도 정의선 능력 인정
엘리엇의 공격 국민연금과 방어
현대차·모비스 대표이사에 올라
입사 20년 만에 핵심 4개사 맡아
미뤘던 지배구조 개편 다시 탄력
반토막 난 이익정상화 최대 과제
중국 시장 판매 반등에 성패 달려
1970년생인 정 수석부회장은 1999년 현대차 구매실장(이사)으로 입사하면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기아차 대표는 물론 현대모비스 부사장, 현대차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일선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에는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일반 부회장들과 급을 달리 했다. 그 사이 정 수석부회장은 기아차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끄는 등의 성과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재야 시절 ‘재벌 저격수’로 유명했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마저 2017년 취임 직후 공식석상에서 “기아차를 회생시킨 정 수석부회장의 능력에 대해 시장에선 의구심이 거의 없다”고 평했을 정도다.
이번 주주총회 직전에도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흔들었다. 지난 1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주당 각각 2만1967원, 2만6399원의 고배당을 요구하면서 두 회사 이사회가 제시한 배당 방안에 반기를 들었다. 또 엘리엇 측 인사 각각 3인과 2인을 두 회사에 사외이사·감사로 추천하는 등 영향력을 강화하려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우군의 도움으로 엘리엇의 공격을 방어했다. ‘미래 경쟁력 저해와 기업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 제안’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자 글래스루이스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현대자동차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2대주주인 국민연금도 마찬가지였다.
엘리엇의 맹공을 막아낸 정 수석부회장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경영권 승계 작업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 이와 관련 몇 가지 시나리오가 전문가 사이에서 거론된다. 현대모비스 지분을 직접 매입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 지배력을 강화하거나, 정 수석부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거나,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다.
2023년까지 미래형 자동차에 45조 투자
경영권 승계 작업이란 산을 넘어도 또 다른 산이 정 수석부회장을 가로막고 있다. 바로 실적이다. 지난해 현대차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반 토막(4조5747억원→2조4222억원) 나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해도 고전이 예상된다. 최대 시장인 중국의 경우 지난해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한 데 이어 올해도 역성장이 우려된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자동차그룹은 정 수석부회장 주도로 중국 공장 구조조정, 전략 라인업 개편, 친환경차 투자 강화 등으로 위기 극복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동남아를 비롯한 신흥시장 개척, 자율주행차 같은 미래형 자동차 분야 공략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3년까지 총 45조원가량 투자한다는 구체적 내용도 내놨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