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이데아 2019] 입시제도 어떻게 바꿔도 특정 학군 독식
서울 강남구 A고교(일반고)를 두고 누군가 이런 주장을 한다면 고개를 갸웃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2년(2007~2018학년도)간 서울대 진학 기록을 보면 사뭇 달라질 것이다. 서울대 합격생 수가 연평균 14.1명이어서다. 올해 1학년 입학생 수로 나누면 5.5%다. 이 학교는 2007학년도 이후 2010학년도(9명)를 제외한 모든 해에 10명 이상씩 서울대에 보냈다.
교육 양극화 얼마나 심하길래
강남 3구·목동·중계동 5곳 강세
수시보다 정시가 쏠림현상 심해
정부선 되레 “정시 30%로 확대”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있지만, 금천구 B고교(일반고)에 입학했다면 사정은 다르다. 같은 방법으로 계산하니 B고교 신입생이 서울대에 갈 확률은 0.03%다. 1만명 중 3명이란 이야긴데, B고교 1학년생 수는 1만 명은커녕 250명 정도에 불과했다. 2007학년도 이후 이 학교 출신 서울대 합격생은 단 1명이었다. 그마저도 12년 전인 2007학년도의 일로, 그 후로는 전무하다.
지난 12년간 1명 이상의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한 252개교 중 한 해에 10명 이상 서울대를 보낸 적이 있는 학교는 56개교였다. 이 중 전국 또는 광역시·도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 12개교를 제외하면 44개교가 남는데, 대부분 강남(15개교)·서초(8개교)·송파구(4개교)에 있었다.
‘잘나가는 고교’ 60개가 서울 내 서울대 정시 합격생 90%
수시의 경우, 상위 60개교가 전체 서울 지역 출신 수시 합격생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0% 안팎을 오르내리다 지난해 처음 60%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12년간 최고점을 찍었던 건 2012학년도로 73.0%였다. 서울대는 당시 수시 전형에서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하고, 인문계열 모집에서 논술고사를 폐지했다. 2015학년도에는 학종을 본격 도입했다. 수시 모집인원을 2007학년도 전체 46.9%에서 2018학년도 78.4%로 상향 조정하고, 전형 방법을 간소화한 것도 합격생의 스펙트럼을 다소 넓히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데 교육부는 지난해 8월 ‘2022년 대입제도 개편’을 발표하면서 ‘정시 비율 30%’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2020학년도 전국 대학의 정시 모집 인원 비율은 22.7%인데, 이를 늘리라는 것이다. 이는 학종의 공정성 논란 때문에 나온 고육지책이다. 이른바 ‘입시 코디’와 컨설팅업체를 등에 업은 학부모·학생이 조작·훈련된 학생기록부를 통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다는 의구심 탓이다. “차라리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게 더 공정하다”는 일부 여론도 영향을 줬다.
하지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대입제도 개선단이 지난달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방안 분석 및 제언’ 보고서는 수능 강화 정책을 “교육적인 관점이 아닌 정치적인 관점만을 고려한 결정”으로 평가했다. 관련 사정에 밝은 교육계 관계자는 “수시 학종과 정시를 비교하면 정시에서 일반고가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정시가 더 공정한 전형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정시로 입학하는 일반고 학생들 대부분이 강남·양천·노원 등 교육특구 출신이고, 재수생이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일반·자사고 수시 합격생 절반은 교육특구 출신
고소득자도, 서울대 진학도 강남·서초 압도적 우위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는 거주지 자체가 ‘교육 인프라’의 빈부 격차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요즘은 지역 자체가 일종의 진입장벽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사는 지역이 경제적 지위와 묶여서 문이 달린 폐쇄된 공동체(gated community)와 같은 효과를 내며 지역주의화 양상까지 보인다”고 설명했다.
탐사보도팀=유지혜·정진우·하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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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홈페이지에서 [교실이데아 2019] 학부모 선호도 높은 초등학교, 서울대 진학률이 높은 고등학교를 인포그래픽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https://www.joongang.co.kr/article/23409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