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광주 법정 출석
이날 전씨는 판사가 피고인 확인을 위해 “생년월일이 1931년 1월 18일이 맞느냐”고 묻자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듯 “어… 재판장 말씀 잘 알아듣지 못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청력보조장치를 낀 뒤 답변을 이어갔다. 생년월일과 사는 곳, 직업 등을 묻는 판사의 질문에 “네 맞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재판 내내 눈을 감고 졸았다.
주소·직업 확인에 “맞다” 대답
법원 도착 후 법정까지 걸어가
일각 “일부러 환자 연기” 의혹 제기
이번 재판의 쟁점인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발포 명령 책임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2016년 5월 언론 인터뷰에서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그래. 그때 어느 누가 국민에게 총을 쏘라고 하겠어”라고 말했다. 2017년 초 지인들과 함께한 신년회에서 그해 5월로 예정된 19대 대선을 거론하며 “이번 대통령은 경제를 잘 아는 사람이 나와서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7년 4월 논란이 된 회고록을 출간했고, 5월 9일 대선 당일 투표장을 찾았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람마다 경과가 달라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며 “평균적으로 초기에서 후기로 진행하는 데 10년이 걸린다. 2013년 발병한 게 맞고 치료를 제대로 받았어도 지금쯤 중증으로 진행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씨가 재판을 피하기 위해 환자인 척 연기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언론을 통해 그가 얼마 전까지 부인 이순자 여사 등과 골프 치는 모습이 목격됐고, 복잡한 골프 스코어 계산도 스스로 했다는 증언이 보도되면서 의혹이 증폭됐다.
임현국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의 핵심은 최근 기억력의 장애다. 옛 기억은 잘하는데 방금 일어난 사건은 잃어버린다”며 “알츠하이머병 환자라 해도 골프는 칠 수 있다. 과거에 몸으로 익혔던 기억이기 때문에 가장 오래 간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하지만 골프 스코어 계산은 단기 기억력의 영역이다. 만약 본인이 복잡한 암산을 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인지장애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