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여지도 남겨뒀다. “(북한의 동향을) 지켜보겠다”면서다. 그러면서 “약 1년 이내에 여러분에게 알려주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년’이란 장기적 시점을 언급한 것은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처음이다. 북·미 회담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겠다는 뜻을 노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재선 레이스에도 북한 문제를 주요 이슈를 끌고 갈 수 있다는 얘기다. AP통신 등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국무부 당국자, 예정 없던 브리핑
문 대통령 협의 제안 거부한 셈
북 선박 감시 등 제재 강화도 시사
미 의회 “북 도발 대응, 군사력 유지”
트럼프 “김정은에게 실망” 또 언급
제재 강화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압박 전략은 유지될 것이며, 대통령이 결정한다면 제재들은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재에 대한 회피가 일정 부분 이뤄지고 있다”며 선박 환적 감시 강화 등 제재 이행 단속 강화도 암시했다.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로 비칠 수 있는 그 어떤 움직임도 당분간 고려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동창리 복구 움직임에 대해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이를 잘 알고 있고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며 “북한의 활동 의도를 좀 더 봐야 한다”고 신중론을 견지했다. 그러면서도 곧바로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 중단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 의회에서도 대북 강경 분위기는 강화되는 분위기다. 코리 가드너 미 상원 외교위원회 아태소위 위원장은 이날 포럼에서 “북한은 핵·미사일과 생물학·방사능·화학 무기 프로그램 중 어떤 것이라도 폐기하기 위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조치를 실행하지 않고 있다”며 “15개월 동안 핵 실험과 미사일 시험이 있었든 없었든 북한은 여전히 미국과 우리 동맹국들에게 핵 위협으로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가드너 위원장은 “즉시 북한에 대한 압박을 최대한 강화해야 하며 북한의 도발에 대처하기 위해 강력한 군사 억지력도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비건 대표 등과 협의 후 8일 새벽 귀국한 이 본부장은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하노이 회담이) 건설적이었다는 미국의 평가에는 변함이 없다”며 “미국은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4일 문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에서 1.5트랙 대화 추진 가능성 등을 밝혔다. 이와 관련, 이 본부장은 ‘워싱턴에서 북한에 전달할 메시지를 받아왔느냐’는 질문에 “그런 건 없다”면서도 “기회가 되면 여러 가지를 북측에게도 얘기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서울=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