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저지른 10차례의 범행 가운데 한 번의 강제추행을 제외하고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김지은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고 위력에 대해 폭넓게 해석한 것이다. 법원은 “안 전 지사의 행동은 성적 자유를 침해했을 뿐 아니라 도덕적 비난을 넘어 추행행위”라며 “지위·권세를 이용하면 피해자 자유의사 제압이 충분하다”고 규정했다.
“지위·권세 이용해 자유의사 제압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 있다”
2심서 3년6월 선고 법정 구속
재판부는 또 ‘업무상 위력’에 대해서도 반드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유형적 위력’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안 전 지사의 사회적 지위나 권세 자체가 비서 신분인 김씨에겐 충분한 ‘무형적 위력’이라는 것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추행당한 것인지 불분명하다”며 김지은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 자유 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위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도 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1심 무죄에서 2심 유죄로 갈 확률이 반대보다 낮다”며 "피해자 측이 제출한 위력에 의한 간음 증거들이 폭넓게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씨를 변호해 온 정혜선 변호사는 "안 전 지사와 피해자의 지위 차이, 폐쇄적인 조직 분위기 등이 모두 위력에 의한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라고 말했다. 김씨는 판결 직후 변호인을 통해 "진실을 있는 그대로 판단해 준 재판부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는 "안희정과 분리된 세상에서 살게 됐다. 길지 않은 시간이겠지만, 그 분리는 단절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화형대에 올려져 불길 속 마녀로 살아야 했던 고통스러운 지난 시간과 작별”이라고 전했다.
김민상·임성빈·이우림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