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해 10월 구속 후 검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했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차장과 달리 검찰 조사에서 대답을 하고 있다고 한다. 구속 전과 마찬가지로 혐의는 대부분 부인하는 상황이다. 검찰은 임 전 차장 수사에선 그가 ‘돌부처’처럼 입을 다물어 어려움을 겪었다. 임 전 차장이 양승태 대법원에서 ‘대법원장→법원행정처장→법원행정차장→법원행정처 일선 판사’로 이어지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고 검찰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후 임 전 차장을 건너뛰고 양 전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 일선 판사들에게 직접 지시를 내렸던 문건 등을 확보해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검찰, 구속 후 첫 소환조사
변호사 “묵비권 행사하기보다
혐의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
71번째 생일 6㎡ 독방서 보내
서울구치소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제공한 독방은 과거 구속수감됐던 재벌 총수들의 방과 같은 크기다. 서울구치소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형을 살고 있다. 지난 정부의 행정·사법 수장이 모두 구속된 것은 헌정 사상 최초의 일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독방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독방(10.6㎡·3.2평)보다는 조금 작다. 2017년 건립된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 독방(13.07㎡·3.95평)의 절반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 직후인 24일 오전부터 최정숙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등 변호인과 함께 검찰 조사에 대비한 준비를 시작했다. 여상원 변호사는 “임 전 차장처럼 묵비권을 행사하기보다는 검찰이 제시한 혐의에 대해 각각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방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 변호사는 “일반 재판에서 피의자가 묵비권을 행사하면 판사가 ‘억울한 것으로 보지 않고 사법권에 저항한다’는 인상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사소한 사실관계를 다투는 일반 형사사건이 아니라 재판 개입과 직권남용이라는 법리 다툼의 싸움”이라며 “검찰이 제시한 사실관계의 일부는 인정하고 큰 틀에서 검찰의 ’재판거래 논리‘를 반박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특수수사 경험이 있는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도 “전직 사법 수장이 임 전 차장처럼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다”며 “직권남용의 법리 적용을 두고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단이 검찰과 논리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