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조 위원에 대한 인사청문 요구서를 제출했지만 야당이 청문회 자체를 열지 않아 불가피하게 임명을 강행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국회가 정해진 기간 안에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보내지 않을 경우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도록 한 법 조항을 들어 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형식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 … 협치정신 훼손
정치 편향 논란 인사 지명한 건 신중치 못해
국회 파행 장기화되지 않게 해법 모색할 때
더욱이 조 위원을 둘러싼 자격 논란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야당은 선관위 1급 출신인 조 위원이 더불어민주당 19대 대선백서에 공명선거 특보로 기재된 점을 들어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하고 있다. 야당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관권 선거 위기에 봉착했다”라거나 “헌법 파괴이며 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실무자의 착오일 뿐 조 위원이 특보로 임명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캠프 출신으로 의심받는 인사를 선관위원에 임명한 것 자체가 신중치 못한 결정이었다. 상대편 ‘선수’를 ‘심판’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야당의 반발을 정치 공세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여권 일각에선 박근혜 정부에서도 한나라당 윤리위원을 지낸 최윤희 선관위원을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을 들어 조 위원 임명을 정당화하고 있지만, 이야말로 내로남불의 극치다. 적어도 지난 정권의 위헌적, 초법적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적 저항과 그 대안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서 대놓고 할 얘기는 아니지 않은가.
문재인 정부는 여러 차례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해 국민적 지탄과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런데 이번엔 아예 청문회도 없이 임명을 강행했다. 도대체 이렇게 할 거면 국회의 인사청문 제도를 왜 두고 있는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어제 조 위원과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 등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자칫 정국이 더 큰 혼돈과 격랑에 휩쓸릴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사태를 수습하고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 조 위원의 임명 철회와 자진 사퇴 등 다양한 해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