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통상 뉴욕→런던은 6시간 50분가량 소요됩니다. 그런데 이 여객기는 5시간 16분을 기록했습니다. 비결은 이례적으로 강한 '제트기류(Jet stream)' 덕분이었는데요.
당시 제트기류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시속 320㎞ 이상의 속도로 움직였다고 합니다. 보통은 시속 100~200㎞ 정도이니 당시 속도가 얼마나 예외적이었는지 알 만합니다.
제트기류 타고 시속 1200㎞ 비행
이는 마치 육상 100m 달리기에서 상당히 강한 뒷바람을 맞고 뛰는 것과 마찬가지인데요. 그래서 100m 달리기에서는 뒷바람이 초속 2m를 초과하는 경우 기록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반대로 런던에서 뉴욕을 갈 때 이 제트기류를 만났다면 상당히 고전했을 겁니다. 통상 8시간~8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비행시간이 아마도 훨씬 길어졌을 거란 예상이 가능합니다.
이처럼 장거리 비행을 하게 되면 갈 때와 올 때의 비행시간이 제법 차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제트기류로 대표되는 바람의 영향이 상당히 크다는 게 항공업계의 설명인데요.
서→동으로 부는 강한 제트기류
참고로 제트기류는 1926년 일본의 기상학자인 오이시 와사부로가 후지산 근처의 높은 하늘에서 처음 그 존재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공간적으로는 길이가 수천㎞에 달하고 두께도 수백㎞나 됩니다. 북반구에서는 제트기류가 여름철보다 겨울철에 강하고, 위치도 다소 남쪽으로 내려오는 경향이 있는데요.
공교롭게도 이 제트기류가 흐르는 높이가 여객기의 순항 고도와 비슷합니다. 이 때문에 여객기의 비행시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요.
인천~하와이, 왕복 3시간 차이도
인천~미국 샌프란시스코 노선도 갈 때는 10시간 25분, 올 때는 13시간으로 2시간 반가량 차이가 생깁니다. 반면 인천~런던 노선의 경우는 갈 때 12시간 30분가량이 걸리지만 올 때는 이보다 짧은 11시간 안팎이 소요되는데요.
이는 런던에서 올 때 제트기류를 타기 때문입니다. 간혹 강한 제트기류를 만나게 되면 10시간이 채 안 걸릴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제트기류를 여객기 운항에 이용한 건 1950년대 초 미국 항공사가 처음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항공사들은 매일 매일 기상과 공항 여건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서 여객기들의 최적 항로를 짜는데요. 제트기류가 뒷바람일 때는 가급적 이용토록 하지만 맞바람일 땐 이를 피해가도록 합니다.
맞바람을 그대로 맞으면서 오면 비행시간도 더 걸리고 연료 소모도 많아 경제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장거리 노선의 경우 갈 때와 올 때 항로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바람 등 고려해 왕복 때 다른 항로
실제로 제트기류가 비행시간과 연료비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결과가 2016년 영국에서 나왔는데요. 영국 레딩대학 연구팀이 지난 40년간 런던 히스로공항과 뉴욕 JFK공항을 오간 130만개의 비행노선을 분석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제트기류와 순방향인 뉴욕→ 런던이 비행시간은 평균 4분이 빨랐고, 반대로 역방향인 런던→뉴욕은 5분 18초가 더 걸렸다고 합니다. 제트기류로 인해 왕복 비행에 평균 1분 18초가 더 소요된 건데요.
이를 하루 300편인 운항편수에 대입하면 비행시간이 연간 2000시간, 연료비는 약 260억원가량이 더 든다는 계산이라고 하네요. 당시 연구팀은 "제트기류는 전 세계 모든 곳에 있기 때문에 다른 비행 노선들도 비슷한 영향을 받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최첨단을 걷는 항공기도 자연의 강한 바람을 이겨내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아마도 여객기의 순항고도가 더 높아지고 속도 역시 음속을 돌파하는 수준이 되면 바람의 영향이 최소화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