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활주로 더럽히는 이것···연간 44t 녹아붙는다

중앙일보

입력 2018.07.20 02:00

업데이트 2018.07.2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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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가 착륙할 때 마찰열로 인해 타이어 일부가 녹아내리게 된다. [중앙포토]

항공기가 착륙할 때 마찰열로 인해 타이어 일부가 녹아내리게 된다. [중앙포토]

 인천공항에서는 항공기 이착륙이 뜸한 자정부터 새벽 3시 사이에 활주로 청소 작업이 종종 진행됩니다. 4000m짜리 활주로 하나를 청소하는 데 대략 30일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요. 기상 상황이나 항공기 운항 여부에 따라 작업 시간이 유동적이기 때문입니다.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비행기 착륙 때 마찰로 타이어 녹아
한대 당 평균 454g 고무 찌꺼기 추정

인천공항, 지난해 찌꺼기 52톤 수거
90㎏짜리 B737용 타이어 573개분

찌꺼기 청소 안 하면 활주로 홈 막혀
착륙 때 항공기 미끄러짐 등 사고 위험

활주로 하나 청소하는데 30일 소요
강력한 물 뿜는 8억대 특수차 활용

 지난해 인천공항의 활주로 청소에만 122일이 소요됐다고 하는데요. 얼핏 깨끗해 보이는 활주로를 이렇게 열심히 청소하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항공기 착륙 때 활주로에 녹아 붙는 타이어 찌꺼기 때문입니다.

인천공항에는 모두 3개의 활주로가 있다. [중앙포토]

인천공항에는 모두 3개의 활주로가 있다. [중앙포토]

 비행기 타이어가 활주로에 닿게 되면 마찰 때문에 표면 온도가 통상 150~250도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면 타이어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녹아내리게 되는데요.

 인천공항의 권순원 기반시설팀장에 따르면 통상 비행기 한 대가 착륙할 때 녹아내리는 타이어 고무 찌꺼기는 평균 454g이라고 합니다. 음식점에서 파는 쇠고기가 1인분에 150g가량인 걸 고려하면 3인분에 해당하는 분량입니다.

활주로 청소를 통해 수거한 타이어 찌꺼기.

활주로 청소를 통해 수거한 타이어 찌꺼기.

 물론 기체가 무겁고 타이어 개수가 많은 A380이나 B747 같은 대형 기종은 녹는 양이 더 많다고 하는데요. A380은 바퀴가 22개, B747은 18개나 됩니다. 인천공항의 경우 하루에 500회 정도 착륙이 이뤄지는 걸 감안하면 하루 평균 쌓이는 고무 찌꺼기만 227㎏가량으로 추정됩니다.

 또 연간 청소 작업으로 수거하는 고무 찌꺼기는 평균 44톤인데요. 인천공항이 바빠지면서 고무 찌꺼기양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4년 41.2톤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51.6톤으로 늘었습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권순원 팀장은 "인천공항에 내리는 항공기의 약 60% 정도가 중소형 기종인 데다 항공기 착륙 때 타이어가 녹으면서 액체 상태인 고무 일부가 공기 중으로 날아가고 나머지가 활주로에 쌓이기 때문에 연간 수거량은 퇴적 예상량(연간 83톤)보다 적다"고 설명합니다.

 비행기 타이어의 무게는 작은 기종인 B737용이 90㎏, A380용은 120㎏가량 되는데요. 이를 적용하면 1년에 B737용 타이어는 573개, A380용은 430개가 인천공항 활주로에 녹아 붙는 셈입니다. 타이어 가격이 대략 100만원 대인 걸 고려하면 5억원을 넘는 규모입니다.

 참고로 이 가격은 추정치일 뿐 정확한 내역은 알기 어렵습니다. 항공사별로 타이어 공급사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가격을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넣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상세한 시장 가격은 별도로 없다는 게 항공사들의 설명입니다. 바퀴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휠은 개당 2000만원이 넘습니다.

 이처럼 착륙 때마다 녹아내리고, 강한 충격을 받기 때문에 항공기 타이어는 기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통상 2~3개월 사용 후에 교체한다고 하네요. 물론 운항 거리가 길어 상대적으로 착륙 횟수가 적은 기종은 4~5개월 단위로 타이어를 바꾸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찌꺼기를 제거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통상 활주로에는 착륙시 미끄럼을 방지하고, 빗물이 잘 빠지도록 하기 위해 일정 간격으로 홈을 파놓습니다. 이를 그루빙(Grooving)이라고 하는데요.

 이 홈에 타이어 찌꺼기가 쌓이면 빗물이 잘 빠지지 않고, 바퀴와 활주로 사이에 수막이 형성돼 자칫 비행기가 미끄러지는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활주로 청소에 사용하는 특수차는 가격이 8억원을 넘는다. [사진 인천공항공사]

활주로 청소에 사용하는 특수차는 가격이 8억원을 넘는다. [사진 인천공항공사]

 이 때문에 주기적으로 활주로 청소를 해야 하는 건데요. 이 청소 작업에는 특수 차량이 동원됩니다. 강력한 물줄기를 분사하는 워터젯(water jet) 기능을 장착한 차량으로 가격은 대당 8억원이 넘는데요.

 강력한 물줄기를 뿜어서 활주로 홈에 박힌 고무 찌꺼기를 빼낸 뒤 이를 다시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청소를 하게 됩니다. 통상 활주로 하나를 30일가량 청소하는 데 드는 비용만 약 9000만원 정도라고 하네요. 그리고 수거된 고무 찌꺼기는 환경법에 따라 폐기물 처리를 합니다.

공항 뿐 아니라 항공모함에서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활주로를 청소한다. [중앙포토]

공항 뿐 아니라 항공모함에서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활주로를 청소한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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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은 조그만 실수나 고장만으로도 최악의 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어떤 교통수단보다도 안전이 최우선시되는데요. 모두들 잠든 심야시간대 인천공항 활주로에서 첨단차량이 굉음을 내며 청소 작업을 하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이 같은 보이지 않는 손길들이 모여 항공 안전이 유지되는 겁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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