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대박의 꿈’은 악몽으로 변했다. 호주 현지 투자중개인이 이들의 투자금을 모조리 횡령한 것이다. 중국 내 지역 사무소 17곳은 바로 폐쇄됐다. 세 사람을 비롯한 7000만 호주달러(약 565억 원)를 하루 아침에 날린 중국인 투자자 수백 명은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호주 부동산 투자한 중국인 수백명 무더기 피해
“원금·보증금 뜯겨도 중국 시장보단 해외”
해외 부동산, 사실상 미래 보험
시진핑(習近平) 중국 정부는 해외 자산 유출 방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중국 중산층 사이엔 ‘중국 시장에 내 돈을 맡길 순 없다’는 불안 심리가 팽배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인들은 중국 부동산 버블이 조만간 꺼질 것으로 본다. 몇몇 도심·교외 지역에선 이미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한 40대 중국인은 호주 현지 투자 투어 참가 명목으로 20만 위안(약 3300만 원)의 ‘참가 보증금’까지 뜯기는 등 각종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지만, 중국인들의 관심은 온통 해외 자산으로 향한다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공인중개사 미키 올슨은 “정치 감각이 유연한 중국인들은 모국(중국)과 무역 갈등 속 미국 정부를 손가락질하지만, 막상 미국 부동산 투자엔 누구보다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6년 반(反)부패방지법을 도입하는 등 중국 금융 자산의 해외 유출 통제에 나섰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중국의 해외 자산 투자액은 2015년 80억 달러(약 9조 원)에서 2017년 120억 달러(약 13조 원)로 증가했다.
지난해 해외 자산 투자 증가세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투자 전문가들은 “일시적 정체 현상”이라는 견해다. 투자사 데뵈파트너스 창립자인 제시 프리드랜더는 “중국인 투자자들이 집중 투자한 세계 곳곳의 부동산 시장은 충분히 가열돼 있다. 중국인들이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금융시장 부실 우려 역시 중산층의 해외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젊은 세대와 중산층이 애용하는 P2P 금융상품은 몇 안 되는 수익성 상품이지만 대부분 음성 거래”라며 “중국 정부의 불법 거래 단속이 본격화되자 수백 곳의 P2P 업체가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SCMP는 “일반적으로 해외 주식·부동산 투자는 개인의 투자 성향에 좌우된다. 그런데 중국인들의 해외 투자는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와 불안이 야기하고 있다는 점어서 지극히 이례적”이라며 “중국 중산층에 해외 장기 비자, 해외 부동산은 (미래에 대한) ‘보험’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부동산 버블 등을 우려한 호주‧뉴질랜드 정부는 중국발(發) 자본 투입에 제동을 거는 추세다. ‘세계 최대 소비층’으로 꼽히는 중국 중산층의 자산은 꼼짝없이 중국 본토에 묶일 처지에 놓였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