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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동반침체, ‘노딜 브렉시트’…금융시장은 떨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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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동원의 이코노믹스]  7가지 먹구름 몰려오는 세계 경제

“모든 것이 장밋빛이다. 세계 경제는 동반성장하고, 금융시장은 제대로 불이 붙었다. 다만 너무 좋아서 오래 가지 않을까 걱정이다”(월스트리트저널·WSJ, 2018년 1월 25일자). 바로 그 ‘걱정’이 1년 만에 현실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 3일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 판매 부진으로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발표에 애플 주가는 당일 10% 하락했다. 그 충격으로 다우지수는 2.8%, 나스닥지수는 3% 하락했다. 애플의 사례는 앞서 인용한 기사를 패러디한다면 이렇게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잿빛이다. 세계 경제는 동반침체하고, 금융시장은 불안에 떨고 있다.”

1년 전 불길한 조짐이 현실로 #주가·유가·PMI 지수 모두 불안 #선진국 경제 동반 침체 가시화 #미·중 마찰과 중국경제 냉각에 #노딜 브렉시트 공포까지 확산 #한국 유일한 탈출구는 구조개혁

3개의 불길한 조짐

이들 불안한 조짐은 세 가지 지표를 통해 알 수 있다. 우선 세계 주요 증시가 2018년 10월 3일을 전환점으로 하락세로 전환했다는 점에 주목해보자. 다우지수가 약세로 돌아선 가운데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S&P 500지수는 1931년 이래, 나스닥지수는 2002년이래 월간 기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나아가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2009년 이래 10년간 지속된 장기 상승 국면이 지속력을 잃고 하강 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증대하고 있다.

브랜트 석유가격은 지난해 10월 3일부터 올 1월 4일 사이에 33% 하락했다. 주된 원인은 세계적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 예상이었다. 반면에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국제 금 시세는 지난해 12월부터 올1월 4일까지 4.9% 상승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경기선행지표로 중요한 제조업구매자지수(PMI)는 지난해 12월 세계 주요국에서 일제히 2016년 4분기 경기상승 전환 이전의 저점으로 돌아가는 양상을 보인다. 미국의 PMI 는 54.1로 2016년 11월 이래 최저 수준, 유로존의 PMI는 2016년 2월 이후 최저치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통계청이 조사하는 공식 PMI는 2016년 7월 이래 최저치로 나타났으며, 민간기업 PMI도 19개월 만에 50을 밑돌아 비관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몰려드는 7가지 먹구름

세계 경제에 번개 치는 소리가 들리는 이유는 큰 먹구름이 모여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먹구름의 특성은 우리가 그 존재는 알고 있으나 언제 또 얼마나 비를 뿌릴지는 알지 못하는 위험(known unknowns)에 해당한다.

이 먹구름은 7개로 요약할 수 있다.

선진국 경제 동반 침체가 첫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9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18년 5월 3.9%에서 9월 3.7%, 11월 3.5%로 계속 하향조정함으로써 세계 경제의 하방위험이 지속적으로 증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세계 경제의 실물경제 주요 지표와 지난해 12월 10일 발표된 OECD의 경기예고지표<그림 1>는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꺾이고 하강국면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하향추세가 뚜렷한 유럽과 중국, 일본은 물론 미국조차도 경기상승세가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가 올해 침체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부정적 견해가 우세하지만, 성장률이 지난해 2.9%에서 올해 2.5~2.7%로 둔화될 것으로,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은 1.9%에서 1.6%로 낮아질 것으로 각각 전망된다.

미·중 무역마찰도 먹구름이다. 올 들어 미·중 무역협상이 원만한 타협에 이른다고 하더라도 중국 경제는 어느 정도는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로 드러난 글로벌 공급사슬의 불확실성 증대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투자와 무역 위축의 부작용은 불가피하다. 무역마찰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중국 성장률은 지난해 6.6%에서 올해 6.2~6.3%로 낮아질 것이며, 중국의 수입 위축은 세계 무역에 부정적 영향을 불러오게 된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노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의 공포’로 이어지고 있다. 영국 의회가 15일 오후(현지 시각)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의결하기로 했지만 표결 직전까지 부결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3월 29일 예정된 브렉시트가 합의안도 없이(‘노딜 브렉시트’) 실행되면서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해진다. 이혼의 구체적인 조건이 전혀 정해지지 않은 채 이혼하는 것이나 다름없어서다. 브렉시트를 7월로 연기하는 대안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세계 증권시장의 거품 과잉이 문제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고한 업적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로버드 실러 교수의 장기이자율과 주가의 관계 분석<그림 2>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S&P지수로 산출한 주가수익비율(PER)은 29로 장기이자율 2.87의 거의 10배에 달했다. 양 지표 간의 격차는 26으로 세계 금융위기 발생 직전인 2008년 8월 17.5를 크게 초과하고 있다. 이것은 2000년 닷컴 버블 이래 가장 금융위기의 발생 위험이 높은 상황임을 시사한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해 12월 19일 기자회견에서 Fed가 추진하고자 하는 국채 매입 축소정책에 대하여 변화의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러나 올 1월 4일 전미경제학회에서는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정책의 속도를 조절할 용의가 있음을 적극 표명해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글로벌 자금 이동과 신흥국 과다부채 위험도 상존한다. 주요국의 양적 금융완화와 저금리 정책은 증권시장의 장기 상승과 과다 채무를 촉진해 왔다. 그러나 미국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양적 금융완화정책이 양적 금융긴축정책으로 기조를 전환함에 따라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의 포트폴리오 조정은 불가피해졌다. 선진국 금융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지난 10년 신흥국의 차입이 지속해왔던 만큼 외국 자본이 신흥국 시장에서 유출되거나 국제유동성 공급이 위축될 경우 신흥국들 대외채무의 차환이 순조롭지 못한 사태 또는 달러 유동성 부족 등으로 국가 부도가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세계적인 포플리즘 확산도 지정학적 위험을 증대시키고 있다. 프랑스의 ‘노란조끼’ 운동, 이탈리아의 극우 포플리즘 연립정부 출현,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극우 포플리즘 세력이 급상승했다. 자국 이기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포플리즘 정치세력의 득세는 국가 간 정책공조를 어렵게 하고 중도정치의 위축으로 정책 선택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가능성 커진 ‘긴 겨울의 시작’

한 마디로 올해 세계경제는 장기 상승 국면을 종료하고 침체국면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 국제정치 체제도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면서 지정학적 위험을 세계 경제에 가중하고 있다. 핵심 의문은 올해의 하향 전환이 또 다른 금융위기의 시작인가, 단기 조정인가, 장기침체(긴 겨울)의 시작인가의 여하에 있다.

먼저 세계 금융위기 가능성이다. 세계 경제의 하방위험이 증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과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할 가능성은 작다. 그 이유는 2008년에 비해 각국의 금융기관들의 건전성과 금융시스템의 안전망이 대폭 확충돼 있으며, 위험요인이 노출돼 어느 정도 대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단기 조정으로 끝날 것인가. OECD는 2020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올해와 같은 3.5%로 전망하고 있어 지금 세계 경제의 침체를 단기조정 국면으로 보고 있으며, 국제통화기금(IMF) 세계경제전망의 기본축도 이와 같다. 즉 하방위험은 있으나, 단기조정 국면이어서 조만간 장기성장률로 회복한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세 번째 시나리오, ‘긴 겨울의 시작’으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IMF는 2017년과 2018년의 회복 국면에서 세계 경제에 대해 두 가지 경고를 지속적으로 해 왔다. 햇볕은 오래가지 않으며, 장마가 멀지 않았다는 점과, 장마가 온다면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2017~18년의 회복 국면이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투자와 생산성 향상을 수반하는 실물 주도의 경기 호전이 아니라 금융 완화에 의해 주도된 취약한 호전이라는 점이다. 둘째, 총수요 진작을 위한 재정확대 정책은 이미 과다한 국가부채의 부담으로 인해 선택하기 어렵고, 금융정책은 사실상 총수요 진작 정책수단으로서 유용성을 상실한 상태에 있다. 셋째, 유럽 각국에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조류가 확산됨에 따라 국제적 공조와 장기적 목표를 추진하는 정책을 선택하거나 추진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결국 한국 경제의 유일한 탈출구는 구조개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총수요의 47%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로서는 세계 경제의 하방위험이 증대한다는 것은 수출의 위축 가능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경제의 역동성 약화와 제조업 경쟁력 저하가 지속되고 있는 한국 경제로선 세계 경제의 긴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구조개혁을 통해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여야만 한다. 이는 향후 10년 한국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절실한 국가적 과제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국민은행 부행장과 금융감독원 경영지원소비자보호본부 본부장을 지냈다. 대전환기에 있는 한국 경제의 대응책이 주 관심사다.